"결코 있어서는 안 될 유출사건이 여성연합에서 발생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드린 것에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7월 29일 한국여성단체연합
29일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이 내놓은 공식 사과문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접수한 지 1년여 만의 일이다.
당시 김영순 여연 대표는 수사 시작 전에도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정보를 흘려줬고, 여연은 유출 사실을 알고도 침묵했다. 이후 여연에는 여성 대변을 넘어 기득권화 된 단체란 비판이 쏟아졌다.
이는 반(反)페미니즘으로도 이어졌다. "정치세력과 결탁했다" "선택적으로 분노한다"는 꼬리표는 지금도 페미니즘 뒤를 따라다닌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표적 여성운동 단체였던 여연이 '여성운동 전체를 위축시킨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여연 "박원순 피해자에 공식 사과"
이에 따라 여연은 지난 3월 여성학자 권김현영,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구성, 5개월간 여연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물이 이날 내놓은 공식 사과문과 혁신안이다.
혁신위는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1987년 결성된 여연은 호주제 폐지, 성폭력특별법 제정 등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지난 30여 년간 국내 최대 여성단체로 몸집을 불렸다. 그 과정에서 여연은 국무총리와 국회의원 여럿을 배출하는 등 현실 정치와도 밀착했다. 이 밀착을 좀 더 건전한 방향으로 돌리는 내용이다.
공동대표단 도입 등 권한 분산
우선 '여성정치세력화 전략본부'를 만든다. 박 전 시장 사태 때 유출사건이 발생한 건 정치권과의 밀착 때문이었다. 혁신위는 여연 본연의 젠더 의제 강화를 위해 전략본부가 중·장기적인 전략과 조직 운영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연 출신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등과 여성단체 사이에 유지되어야 할 적절한 긴장 관계 등을 명시한 '정치 네트워킹 원칙'도 마련한다.
유포 못지않은 실책은 유포 사실 은폐였다. 이는 여연 대표의 독점적 의사결정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단체 차원의 논의 없이 대표가 모든 과정을 쥐락펴락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3인 대표 구조를 13인의 공동대표단으로 바꾼다. 전체대표자회의, 2030 여성 등 세대별·연차별 활동가 모임 등을 만들어 의사소통이 다양하고 원활해지도록 했다.
김수희 여연 활동가는 "혁신안 실행과 안착을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부 실행계획을 세워 3개월 이내에 혁신위에 보고할 것"이라며 "이행 후속 점검에 대해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곧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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