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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지금 생각하면 예전엔 교육행정도 무지막지한 면이 적지 않았다. 1970년대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 대한 특별지도 프로그램도 그랬다. 당시 그런 식이 전국적인 것이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내가 다닌 충청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예 기초학력이 낮은 학생들만 모은 상시 ‘특수반’을 별도 편성했다. 아이들끼리도 그 특수반의 성격을 어렴풋이나마 공유했을 정도였다. 가장 가슴 아픈 건 특수반이 편성된 게 졸업앨범에도 고스란히 남았다는 거다.
▦ 중학교 때도 특수반은 있었다. 하지만 명문고 진학을 겨냥한 ‘우등생’ 특수반이었다. 그렇다고 학력 부진 학생 문제가 외면된 건 아니었다. 학력이 낮은 학생들이 많으면 반평균 성적이 떨어지고, 반평균이 떨어지면 담임교사가 책임을 져야 했다. 자연히 담임선생님은 학력 부진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중학교 1학년 땐 방과 후에 각 반 우등생들이 학력 부진 학생들을 1 대 1로 가르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 요즘엔 학력 부진 학생 등에 대한 지도방식이 좀 달라졌다. 초·중학교에서 비정규직 ‘학습 부진 전담강사’를 별도 채용하거나, 정교사들이 방과후교실 등에서 교과보충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과 지도 외에 각종 부가업무가 과중해 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별도 지도업무를 하기 어렵다는 교사들의 불만을 약간의 강사료 인센티브로 무마시킨 절충인 셈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은 과거에 비해 우악스럽진 않지만, 공교육의 책임범위 등에 혼선을 가져온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 교육부가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학생들의 학력 부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냈다. 교사들에게 3~5명 단위로 학력 부진 학생들을 붙여 방과 이외에 무료 보충학습을 시키고, 대신 약 5,700억 원의 예산을 써서 별도 강사료를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교사들로서는 짭짤한 ‘투잡’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늘 업무과중을 호소해온 교사들이 나서는 게 맞는지, 나아가 학력 부진 학생지도 책임을 교단에서 분리하는 공식적 선례가 될 이런 방식을 ‘교육회복’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적잖이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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