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A(48ㆍ여)씨는 최근 받은 건강검진에서 폐암 판정을 받았다. 증상도 전혀 없고, 평소 담배도 전혀 피우지 않는데 폐암 진단을 받아 몹시 당황스러웠다.
대한폐암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자료를 활용해 2004~2015년 폐암으로 진단받은 13만6,641명을 분석한 결과, 남녀 비흡연 폐암 환자는 전체 폐암 환자의 3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비흡연 여성은 전체 여성 폐암 환자의 87.5%나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아시아인들에게 유사하게 나타나 여성 폐암 환자의 60~80%가 비흡연자이지만 남성 폐암 환자는 10~15%만 비흡연자였다. 이러한 차이는 비흡연 여성 폐암의 위험 요인과 병태 생리가 흡연자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비흡연 여성에서 폐암이 유발되는 주요인으로는 간접 흡연, 유해 환경 물질 노출 등을 들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남편이 흡연자인 여성은 남편이 비흡연자인 여성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2배 정도 높고, 특히 남편이 30년 이상 흡연했을 때는 폐암 발생 위험이 3배 이상이다.
또한, 음식 조리를 할 때 사용하는 식용유나 연료에서 발생하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등 유해 물질이 폐암의 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한 연구 결과에서는 비흡연자 가운데 요리를 자주 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암 발병 위험이 최대 8배 높았다.
이 밖에 주거 환경의 라돈 노출, 인구 고령화, 유전적 요인 등이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족력이 있으면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폐암에 걸릴 위험이 크고, 선천적 유전자 이상보다는 후천적 유전자 변이가 폐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한폐암학회에서 실시한 비흡연 여성의 폐암 위험 요인 조사 연구에서 높은 연령, 주 2~3회 이상의 음주, 육식 위주의 식사, 저체중, 다른 여성 암의 진단 등이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 관련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 주 2~3회 이상 술을 마신 여성의 경우 주 2~3회 미만으로 술을 마셨을 때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24.7% 높았다. 육식 위주 식사 습관을 지닌 여성은 채식 위주 여성보다 폐암 위험이 6.7% 높았다.
육식 위주 식사를 하면 조리 시 발생하는 발암성 유기화합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주 3~4회 미만 운동했던 비흡연 여성은 주 3~4회 이상 운동한 비흡연 여성보다 폐암 발생의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암이나 난소암, 유방암 등을 진단받은 비흡연 여성은 폐암 발생의 위험이 컸다.
폐암은 악화할 때까지 특이한 증상이 없어서 진단이 늦을 때가 많다. 쉰 목소리가 한 달 이상 지속하거나, 가래에 피가 나오거나, 얼굴 등 상체가 주로 붓는다면 폐암을 의심해볼 수가 있다.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는 진단 당시에 전신 건강 상태가 좋고, 폐 기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조기에 발견한다면 치료 성적이 좋은 편이다. 따라서 정기검진으로 폐암의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권고된다.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비흡연 여성이 폐암을 예방하려면 간접 흡연을 피하고, 굽거나 튀기는 조리법을 되도록 삼가고, 균형 잡힌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주위 환경에서 유해 물질 노출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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