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이가 5~10분 간격으로 심하게 보채면… 단순 칭얼거림 아닌 ‘장중첩’?

입력
2021.08.02 19:20
19면
0 0

[전문의에게서 듣는다]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장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장은 "어린 자녀가 평소와 다른 증상을 보인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장은 "어린 자녀가 평소와 다른 증상을 보인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별탈 없이 잘 놀던 아이가 5~10분 간격으로 계속 보채고 쉽게 달래지지도 않는다면 단순한 칭얼거림이 아닐 수 있다. 구토ㆍ혈변 증상까지 나타난다면 장중첩일 가능성이 높다. 장중첩증은 장의 일부가 소장ㆍ대장으로 말려들어가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응급 질환이다. 생후 6개월부터 만 3세까지 영ㆍ유아에게 자주 발생한다. 문제는 어린 자녀가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어린이 응급 치료 전문가’인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장을 만났다.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동시에 가진 류 센터장은 “어린 자녀가 평소와 다른 증상을 보이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큰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어린 자녀의 구토ㆍ혈변을 방치하기 쉬운데.

“아이의 의식ㆍ호흡ㆍ안색 등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이상하면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평소와 달리 기운이 없거나, 잠을 많이 자거나, 눈을 자꾸 감으려 한다면 의식이 나쁜 상태일 수 있다. 또한 잘 알다시피 머리ㆍ얼굴ㆍ팔꿈치ㆍ다리 등에 상처나 골절을 입거나, 이물질ㆍ독성 물질을 흡입했거나, 선천성 질환이 갑자기 악화했을 때도 응급 치료를 해야 한다.

어린 자녀의 증상을 제대로 알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응급 질환도 적지 않다. 배터리 등 이물질을 삼킨 ‘식도이물(食道異物)’은 30분~2시간 지나면 식도 손상이 생겨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맹장염(충수돌기염)은 맹장 끝에 위치한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겨 복통ㆍ구토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수술해야 하지만 초기에는 장염과 구분하기 어려워 진단이 늦어져 충수돌기가 터져 복막염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골든 타임 내에 응급 치료해야 한다. 세 살 이하 어린이에게 발생하는 장중첩(腸重疊)도 이런 병의 하나다.

고환이 비정상적으로 회전하는 ‘고환염전(고환꼬임)’은 고환 한쪽이 붓고 피부도 빨갛게 되는 병으로 4시간 이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고환을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

생후 2~8주 신생아에게 생기는 ‘유문협착(幽門狹窄)’은 위장 출구가 좁아져 위액과 음식물 통과가 제대로 되지 않는 병이다. 아이가 모유나 분유를 분수처럼 토해내기 때문에 방치하면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이처럼 어린 자녀에게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증상이 호전되기를 기다리거나 집에서 조치를 취하려 하지 말고 재빨리 응급센터를 찾아야 한다.”

-장중첩은 어린 자녀에게 자주 생기는 응급 질환인데 잘 모르는 부모가 많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장중첩으로 치료받은 어린이는 2019년에만 111명이나 된다. 3일에 1명꼴로 치료를 받은 셈이다. 장중첩은 대개 소장 맨 아랫부분(회장)이 대장 앞부분(맹장)에 말려들어가면서 생긴다.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장중첩 초기 증상은 장이 꼬이면서 나타나는 심한 복통이다. 아이는 통증이 느껴지는 1~2분간 몸을 비틀며 심하게 울다가 5~10분 정도 진정되다가 증상이 다시 반복된다. 보호자가 보기에는 간헐적으로 보채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시간이 경과하면 먹은 것을 토하거나 끈끈한 혈변을 보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이 같은 특이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자꾸 자려고 할 때가 많아서 보호자는 아이 상태를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장중첩은 치료가 늦어지면 복부 팽만이 심해지고 장 괴사로 패혈증과 쇼크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장중첩이 의심되면 12시간 이내에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장중첩 진단ㆍ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복부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면 거의 100%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장중첩이 오래되지 않았다면 항문을 통해 관을 넣고 공기나 조영제를 주입해 꼬인 장을 풀어준다. 이 같은 ‘공기정복술’을 시행하면 90% 이상 성공한다. 시술 후 재발 여부 확인과 탈수 방지를 위해 4~6시간 금식 관찰이 필요하며 때로는 입원이 필요하다. 반면 장중첩 후 시간이 많이 지나 부종이 심해 공기정복술이 여러 번 실패하거나, 장 괴사나 복막염, 장 천공(穿孔)이 의심되면 복강경 수술로 겹친 장을 직접 잡아당겨 풀어준다. 심하면 장 절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조기에 발견해 빨리 처치할수록 수술이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줄어든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의 장점을 들자면.

“장중첩 치료를 하려면 공기정복술을 시행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필요한 데다 이 시술을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외과 전문의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소아전용응급실이나 소아전문응급센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2010년부터 운영 중인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는 소아 응급 진료 의료진이 365일 24시간 상주하며 질병과 외상, 중독 사고 등을 당한 어린이 환자를 즉시 진단ㆍ치료할 수 있다. 소아응급의학 전문의뿐만 아니라 34명의 전문 간호진이 어린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소아전문응급센터는 국내에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길병원, 분당차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등 5곳에 불과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