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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비대증, '소팔메토' 의존하다간 치료 시기 놓쳐

입력
2021.08.01 17: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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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소팔메토 등 건강기능식품에만 의존하다간 자칫 병을 키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소팔메토 등 건강기능식품에만 의존하다간 자칫 병을 키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립선비대증은 50대의 절반 이상, 70대는 70%가 고통을 받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2시간마다 소변을 누는 빈뇨(頻尿), 소변 줄기가 약하고 가늘어지는 약뇨(弱尿), 소변을 참기 힘든 급박뇨(急迫尿), 배뇨 후 오줌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잔뇨감(殘尿感), 소변으로 잠을 깨는 야간뇨(夜間尿)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치하면 요도가 더 좁아져 오줌 누기가 힘들어지고 콩팥이 망가지거나 성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중ㆍ장년층에서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소팔메토’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소팔메토는 톱야자(Saw Palmetto)라는 천연 야자수 열매를 가공해 추출한 성분이다.

소팔메토 열매에는 남성호르몬을 늘리고 전립선비대증 진행에 관련된 5알파환원효소 활동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팔메토 열매 추출물은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며 효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소팔메토가 의학적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과 미국의학협회지(JAMA) 같은 저명한 국제 저널에 소팔메토가 임상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논문이 많이 실렸다.

2006년 2월에 NEJM에 실린 논문은 ‘소팔메토는 임상 결과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전혀 개선시키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티븐 벤트 박사 연구팀은 전립선비대증이 심각한 49세 이상 남성 22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전립선 크기ㆍ잔뇨량ㆍ삶의 질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

2011년 9월 발표된 JAMA 논문에서도 ‘소팔메토 열매에서 추출해 만든 제품은 전립선비대증 요로(尿路) 증상 개선에 위약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결론지었다.

미국 베리 박사팀도 하부요로증후군에 소팔메토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전립선비대증 개선이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짐 테그림트 박사팀은 5,33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소팔메토를 투여한 그룹의 요로 개선도가 플라시보 그룹에 비해 비교 우위가 입증되지 않았고 야간 배뇨에만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팔메토를 복용하다가 전립선비대증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은 물론 효과 없는 제품을 구입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김준철 부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팔메토는 전립선비대증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효과가 있다는 믿음을 갖고 복용해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 위약 효과(플라시보 효과)가 40% 정도”라고 했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토마토가 남성 건강에 도움 되는 식품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소팔메토가 중년 남성 건강에 좋은 식품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심한 배뇨 이상이 있는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소팔메토에 의존하다가 자칫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전립선암 같은 심각한 질병을 늦게 진단받게 되면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고 했다.

소팔메토 열매. 게티이미지뱅크

소팔메토 열매. 게티이미지뱅크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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