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 "안산 남혐 용어 사용 문제"
선수에게 책임 떠넘기는 취지 발언에 비판 쏟아져
"구조적 성차별, 여성 혐오 뒤틀린 인식 부적절" 지적
"공당 대변인이 남초 커뮤니티를 변호해주고 있다. 국민의힘이 아니라 남근의힘인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20·광주여대)을 둘러싼 도를 넘는 성차별 공격에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남성 혐오 용어를 사용한 게 문제"라며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의 왜곡된 주장을 앵무새처럼 옮기며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여성을 향한 구조적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뒤틀린 인식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제1야당 대변인을 수행하기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양 대변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토론배틀로 직접 뽑은 '이준석 키즈'다.
"안산의 남혐 용어 사용이 문제"라는 공당 대변인
안산을 향해 쏟아진 성차별적 공격에 대해 외신마저 "온라인 학대"로 규정하고, 정치권은 물론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양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논란의 시작은 허구였으나, 이후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 "논란의 핵심은 ‘남혐(남성혐오) 용어 사용’,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대한 비판에 있다"는 글을 올렸다.
안산이 남혐 용어를 사용했기에 공격을 자초했다는 취지로, 꺼져 가던 불씨에 다시 기름을 부은 것이다.
양 대변인의 발언은 일부 남초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올라오는 주장들과 궤를 같이한다. 이들은 안산을 향한 공격이 역풍이 불자 "쇼트컷이나 여대가 아니라 남성 혐오 표현을 문제 삼았어야 했다. 전략적으로 잘못이었다"는 취지의 주장들을 공유했다.
비판① "자의적 '페미니즘'으로 낙인찍는 매카시즘"
정치권에선 곧바로 비판과 반박이 쏟아졌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매카시즘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개탄했다. 장 의원은 "양 대변인의 글에서는 '남혐 단어'를 쓴다면 이런 식의 공격도 괜찮다는 식의 뉘앙스가 풍긴다. 이는 매우 위험한 신호"라면서 "1950년대 미국 정치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매카시즘의 '공산주의자' 몰이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청년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가해진 페미니즘을 빌미 삼은 온라인 폭력"이라고 짚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의적으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휘두르며 동료 여성 시민들을 검열하고 몰아세우고 낙인찍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직격했다.
비판 ②"공당이 남초 커뮤니티… 여혐 자양분 삼는 자 퇴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공당이 남초 커뮤니티가 됐다"며 "이준석 대표가 시킨 것이냐"고 '이준석 배후론'을 제기했다.
진 전 교수는 "글의 핵심은 애초에 잘못이 안산 선수에게 있었다는 거고, 여혐 공격한 남자들의 진의를 이해해 줘야 한다고 변호해주는 건데 이게 공당의 대변인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런 자들을 공당에서 감싸고 도니 걔들이 기세가 등등해서 나라를 대표해서 싸우는 올림픽 국가대표에게까지 여성혐오 발언을 하게 된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이 사안에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어물쩍 답변을 회피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선 "이준석은 발뺌만 하고 '토론배틀'에서 이런 자들은 걸러내지 못한 게 문제"라며 "여성혐오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 자들은 적어도 공적 영역에선 퇴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③ "남성우월주의 한국 사회에서 '남성혐오' 성립 안 돼"
비판이 거세지자 양 대변인은 "제가 이야기하는 건 '쇼트컷'만 취사선택해서, '여성에 대한 혐오다'라고 치환하는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진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마찬가지로 남성혐오를 자양분 삼아 커온 자들 역시 퇴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남근의힘 대변인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양 대변인의 '남성혐오' 발언에 대해 남성 우월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혐오라는 말은 단순히 특정한 집단에 대한 경멸적, 모욕적 표현이 아니다. 특정 인구 집단에 대한 구체적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을 때, 혐오발언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전제했다. 가령 흑인이 백인에 대해 경멸적 표현을 사용한다 해서 '혐오발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한국 사회는 남성들 판이라서 남성혐오라는 말이 성립할 구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반면 남성들이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폭력을 가하는 여성혐오는 구조적으로 엄존하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남녀 임금격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 성평등지수 전 세계에서 100등 밖,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성폭행 사건, 스토킹당하다가 가족과 함께 살해당하거나 여자라는 이유에서 살해의 대상으로 선정되거나, 택배 상자도 주소를 떼어내고 버려야 하는 게 이 나라 여성들의 처지"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여성차별 "경력단절" 하나라는 공당 대변인
양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재차 반박 글을 올렸다.
그는 "남자는 사회적 강자, 여자는 사회적 약자. 따라서 같은 행동을 해도 잣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괴상한 주장을 102030에게도 공공연하게 적용시키려고 했기에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평등하게 자랐고, 차별받지 않았다. 과거에 그러한 차별이 존재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젊은 세대에 뒤집어씌우지 말라는 게 지금 청년들의 목소리"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 반박 글에서 대한민국에서 여성 차별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 건, "결혼과 출산, 육아에서 오는 경력단절"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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