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두부·콩나물 시작으로
가공식품·라면까지 가격 인상?
원자재·인건비 등 복합 요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장바구니 물가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쌀 채소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즉석밥,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에 반영된 데 이어 우유와 유제품까지 줄인상을 앞두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연초 시작된 주요 식품 가격 인상은 한여름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즉석밥인 '햇반'과 '오뚜기밥'이 각각 6.8%, 7% 올랐고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의 두부, 콩나물 납품 가격도 10% 내외로 인상됐다. 식용유 콩기름의 경우 사조해표가 13.1%, CJ제일제당이 6.6% 상승했다.
2분기에는 통조림과 소스류 등이 일제히 오른데다 최근 해태제과가 5개 과자 가격을 10.8% 인상키로 하면서 과자 커피 등 기호식품까지 '도미노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 올라 9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상반기에 12.6%나 올랐다. 10년 만의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무엇보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 서민식품 라면까지 올라 눈치만 보던 다른 가공식품 업체들도 줄줄이 인상을 감행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오뚜기와 농심은 최근 주요 라면의 가격을 각각 평균 11.9%, 6.8% 올리기로 했고 삼양식품과 팔도도 곧 인상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집밥용 식품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그리는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우선 밀 등 국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작황 피해가 심각한 데다, 코로나19로 국제인력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공급 자체가 심각하게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출렁이는 유가와 환율, 폭등한 해상운임 등이 더해져 당분간 물가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예상이다.
내년 국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도 장바구니 물가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계속되는 한 원자재 가격, 물류비 상승 등 리스크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가격 인상 압박은 계속되는데 정부와 소비자 눈치도 봐야 하니 다들 부담감이 말도 못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다만 쌀이나 견과류 등 지난해보다 작황이 좋은 몇몇 농산물 위주로 올 하반기부터 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연구원은 "태풍과 코로나19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가을 추수하는 작물 위주로 작황이 나아지면 하반기에는 농산물 물가가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농산물 가격이 안정돼도 한번 오른 가공식품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가 들어가는 빵, 커피, 과자 등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체감 물가는 계속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밀의 경우 국제가격이 단기간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기상, 노동환경, 물류 등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하반기도 쉽지않을 것"이라며 "폭염 피해를 본 과일을 중심으로 당장 다가오는 추석도 물가 부담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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