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야구팀은 매일 야구장 있는 군위까지 가서 훈련
10월 전국체육대회 야구 경기는 포항에서 진행 예정
구미시 관계자 "구미시도 문제점 인지하고 있다"
경북 구미시는 관내에 정규 규격의 야구장이 단 하나도 없다. 인구 41만에 경북 23개 시군 중 경제 규모 2위를 자랑하는 도시지만 현실이 그렇다. 시의 북쪽에 위치한 도개고 학생들은 매일 인근 군위로 훈련을 떠난다. 학교에 자체 야구장이 없고, 시에도 빌려 쓸 야구장이 전무한 까닭이다.
야구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학교에 야구장이 없는 경우는 적지 않다. 경상도만 둘러봐도 안동 예일고, 포항 포철고, 김해 김해고 자체 야구장이 없다. 학교 야구장과 관련해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학교다. 학교가 부지와 자금을 일정 부분 부담하면서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해 건설한다. 학교마다 사정과 형편이 있는 만큼 학교에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교육청에서 사립학교에 야구장 체육관을 100% 부담해서 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재 지방, 특히 외곽 지역의 몇몇 학교에서는 학생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부를 두는 곳이 있다. 이런 학교에 100% 세금으로 야구장을 지어 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구미의 도개고는 예일고와 포철고, 김해고보다 상황이 열악하다. 3개 학교가 속한 시는 시립 체육공원에 정규 규격의 구장 혹은 그에 준하는 야구장을 보유하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구미는 정규 규격의 야구장을 한 곳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까닭이다. 사회인 야구장 몇 곳과 몇 년 전 개장한 리틀야구장 2곳이 전부이다.
시에서 만든 야구장을 사용하는 학교도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의 시설은 사회인 야구, 혹은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야구장이지 초중고 야구부가 이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도개고 야구팀은 매일 차로 40분을 달려 인근 군위군의 삼국유사 야구장에 가서 훈련을 한다. 군위군은 인구 3만도 채 되지 않는 지역으로 구미와 비교하면 인구밀도와 경제 규모에서 비교도 되지 않는다. 도개고 야구부는 연습을 하려고 매일 군위로 향하고, 연습경기를 위해 감독이 몇 번이나 전화를 넣고 사정을 해서 구장 있는 팀 혹은 지역으로 가서 경기를 치르고 경기 후에는 땀에 흠뻑 젖은 유니폼을 입은 채 구미로 돌아오고 있다.
구미는 시의 서쪽에 접해있는 인구 14만의 김천시와도 사뭇 비교된다. 김천은 소도시에 속하지만 ‘스포츠 중심 도시’를 선언한 후 대규모 스포츠 단지를 건설해 전국의 아마추어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고 있다. 올해도 전국 중고대 농구대회, 탁구대회, 검도 대회가 연이어 펼쳐지거나 진행되고 있고, 또 열릴 예정이다. 프로배구단인 김천 도로공사가 김천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올해부터 상무 축구단이 김천으로 이전해서 프로축구 2부 리그도 활발히 열리고 있다. 김천의 수영장과 다이빙장은 국제 대회가 가능한 규격으로 지어져 있고, 각종 대학팀 국가대표 수영선수들이 즐겨 찾는 수영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배드민턴 또한 김천 시청 배드민턴 팀은 국가대표의 요람이다. 전 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다수 배출하고 있다. 김천 시청 배드민턴 팀은 매년 전국대회 우승 메달을 목에 거는 강팀이다. 김천시는 이런 기세를 몰아 올해 제2 김천 스포츠 종합 센터를 착공할 예정이며 주변 공원에는 정규 규격의 야구장 2면을 건설한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이미 설계를 마치고 발주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요컨대, 인구 2만2,924명인 군위군도 이미 보유하고 있고, 14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김천시도 내년이면 가지게 될 예정인 정규 규격의 야구장이 인구 41만명에 경북의 제2의 경제 도시로 거론되는 구미에서 뚜렷한 야구장 건설 예정도 없는 것이다. 고교 야구부가 교내 야구장이 없어 인근 야구장에서 연습하는 건 몰라도 시에 정규 규격의 야구장이 없어서 타 군에까지 가서 훈련한다는 경우는 대한민국에서 경북 구미시가 유일할 것이다.
또한 올해 구미에서 펼쳐질 전국체전대회(10월8일 개회 예정)에서는 구미에 정규 규격 야구장이 없어 포항에서 야구 경기를 진행한다고 한다. 어느 야구인의 말마따나 해외 토픽감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시에서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 구미시장 또한 야구에 관심이 많으나 재원 확보가 안 된 상황일 뿐이다. 시의 규모나 시민의 품격에 맞게 현재 박정희 체육관 옆에 포항 야구장 같은 구장이 하나 들어서야 하는데 재원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한 “사회인 리그를 위해 마련한 5개 야구장 중 2개 면에 인조잔디를 깔고 정식 규격으로 변경할 것을 검토 중이고, 이와 별개로 정규 규격 야구장 2개 면을 추가적으로 건설할 의지가 있지만, 그마저도 구상 중일 뿐이며 제일 중요한 재원이 없다”고 해명했다. “시의회와 구미 체육진흥과, 경북야구협회 측과 논의를 해서 올해 추경 심의에는 반영이 되도록 노력을 할 것이다”는 말도 덧붙였으나 확실한 계획이나 재정 확보 방안과 관련된 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 미래의 류현진, 김하성을 꿈꾸는 구미의 어린 학생들은 오늘도 훈련과 연습게임을 위해 매일 버스에 몸을 싣고 군위로 혹은 그보다 먼 타지로 향하고 있다. 그들의 일정에 하루라도 동행해본다면 에어컨이 시원하게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서류를 넘길 때는 절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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