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높은 지지율 발목 잡힌 여당 후보
차별화 못 하니 퇴행적 과거 네거티브만
윤석열 입당, 정권심판론 거세져 더 위기
문재인 대통령의 40%대 고공 지지율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지지층은 “국정 운영에 열심이니 당연하다”는 반응인 반면, 반대층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입장이다. 진영에 따라 견해가 다르긴 하나 임기 5년 차 대통령의 이례적 높은 지지율이 향후 정국과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려 있기는 마찬가지다.
통신선 복원 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 외에 악재가 즐비한 상황에서의 탄탄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 수급 차질, 청해부대 집단감염, 김경수 전 경남지사 구속 등에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업체들도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대통령에 힘 실어주기라는 분석 외에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 사실 코로나가 호재도 되고, 악재도 된다는 분석은 하나 마나 한 얘기다.
분명한 건 대통령과 민주당의 동반 지지율 상승이 뜻하는 현상이다. 이른바 진보 세력의 집결 움직임이다. 4ㆍ7 보궐선거 후 침체돼 있던 여권이 민주당 대선 경선을 계기로 기세를 되찾은 모양새다. 여기에 야권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하락세와 순항 중인 국민의힘에 돌출된 ‘이준석 리스크’, 그로 인한 당의 내홍 등이 가세했다. 보수ㆍ진보 진영의 세 대결이 보궐선거 이전의 팽팽했던 균형 상태로 돌아간 셈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가 지지층 결집의 견인차가 된다는 점에서 여권은 고무적인 표정이다. 실제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과 대선 결과는 상관성을 보였다. 인기가 낮은 대통령은 정권심판론을 자극해 정권 교체로 이어진 반면, 지지율이 높은 대통령은 재집권을 이뤄냈다. 최근 조사에서 정권 교체론과 재창출론은 엇비슷한 상태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런 콘크리트 지지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친문 구애 경쟁이 그 폐해다. "대통령님을 지켜 달라”는 김 전 지사 문자 메시지를 둘러싼 후보들 간 신경전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웬 ‘적통 논쟁’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진실 공방은 또 뭔가. 문 대통령이 건재하니 친노, 친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대통령 눈치 보기는 대선 주자들의 공약과 비전 제시에도 제약 요인이다. 유권자들이 야권에 비해 집권 세력 후보들에게 특히 기대하는 건 과거보다 미래 담론이다. 차기 정부의 비전과 공약은 이전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서 출발한다. 한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지 못하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원전 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은 이념에 치우쳐 민생에 뿌리내리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이들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고 새 정부에서 어떻게 개선하고 보완할 것인지를 논쟁하는 게 여권의 대선 무대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냉정한 비판이 결여된 탓에 미래 담론보다는 퇴행적인 네거티브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운동장 전체를 폭넓게 활용하지 못하고 자기 쪽 절반에서만 치고받는 꼴이다.
꼬인 매듭은 문 대통령이 먼저 풀어야 한다. 청와대 참모는 “문 대통령과 척져서는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차별화를 경계했는데 짧은 생각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려는 시도까지 막으려는 건 자폭에 가깝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전격 입당으로 국민의 눈길은 야권에 쏠릴 가능성이 커졌다. 여권 경선이 과거로만 질주하고 미래 비전 제시에 한계가 있다면 정권심판론은 더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나를 딛고 가라”고 하고, 여당 대선 후보들은 문 대통령을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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