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반려돼지 '룰루'의 활약
미국 펜실베이니아 비버폴스(Beaver Falls)의 조 앤(Jo Ann)과 잭 알츠만(Jack Altsman) 부부는 1997년 딸의 애완 돼지 '룰루(Lulu)'를 맡아 기르게 됐다. 다 자라면 몸무게가 90kg에 이르는 포트벨리(pot-belly)종 돼지였다. 부부와 룰루의 애착 관계는 스피츠 종 반려견인 아메리칸에스키모 도그 못지않게 끈끈했다고 한다. 돼지의 지능은 개에 뒤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1998년 8월 4일, 조 앤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그날 남편 잭은 낚시를 하러 떠나 조 앤 곁에는 룰루와 반려견밖에 없었다. 조 앤은 이웃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고함을 지르고 알람 시계를 창문에 집어던지기까지 했고, 개도 맹렬히 짖었지만, 들여다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태가 긴박하다는 것을 감지한 듯 룰루는 개가 드나들던 뒷문 좁은 구멍을 통해, 거의 문을 부수다시피 하며 집을 빠져나갔다. 당연히 룰루의 몸도 찰과상 등 상처 투성이가 됐다. 당시 룰루의 몸무게는 68kg이었다.
룰루는 피를 흘리며 차들이 오가는 도로 한복판에 뛰어들어 드러누웠고, 여러 대의 차가 룰루를 우회해 지나쳐가는 동안 꼼짝도 않고 버텼다. 드디어 차 한 대가 룰루 앞에 멈추고 운전자가 내리자 룰루는 벌떡 일어서 운전자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조 앤이 쓰러져 있는 집으로 끌고 갔다. 조 앤은 운전자의 911 신고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심장절개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다. 집도의는 "15분만 늦었어도 목숨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룰루의 영민하고 희생적인 활약은 지역 언론을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졌고, 룰루와 조 앤은 오프라 윈프리 쇼, 데이비드 레터먼 쇼에 초대받아 출연했다.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의 '티파니 황금 영웅메달'을 받은 룰루는 2003년 심장마비로 숨졌고, 조는 2013년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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