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 중국-이탈리아 등 1~2경기서 같은 오심
도쿄올림픽 조직위 경기 운영 미숙 다시 도마에?
오조작 제대로 확인 못한 우리 측 책임도 적잖아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펜싱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 오상욱(25·성남시청)이 경기 운영진의 실수로 눈 앞에서 1점을 도둑 맞았는데 이런 황당한 오심이 이번 대회 펜싱 경기에서 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경기 운영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문제의 오심은 지난달 24일 오상욱과 산드로 바자즈(28·조지아)의 개인전 8강에서 나왔다. 오상욱이 5-4로 앞섰을 때 두 선수가 서로 공격을 시도했는데 심판은 바자즈가 먼저라고 판단해 5-5 동점이 됐다. 오상욱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이 시행됐지만 심판은 원래 판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때 바자즈의 점수가 또 올라가 5-6이 됐다. 당시 심판과 운영 요원은 물론 우리 측에서도 전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금메달 후보'였던 세계 1위 오상욱은 바자즈에 접전 끝에 13-15로 패했다.
경기 후 "상대 점수가 부당하게 1점 더 올라갔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됐다. 대한펜싱협회가 진상 파악에 나섰고 사실로 확인됐다. 펜싱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1점을 손해 본 게 맞다. 심판과 운영 요원의 소통 미스로 보인다"며 "국제펜싱연맹(FIE)에 영상 자료를 보내 소명을 요구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회도 아닌 올림픽에서 있을 수 없는 실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그런데 펜싱협회는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우리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경기에서도 이런 오심이 1~2차례 더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중 하나는 지난달 31일 벌어진 중국-이탈리아의 여자 사브르 단체전 8강으로 중국이 이탈리아에 41-45로 졌다. 펜싱협회 관계자는 "여러 차례 같은 실수가 반복되자 FIE도 심각하게 상황을 보고 있다. 대회 후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펜싱에서 우리가 오심의 희생양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신아람(35)의 '1초 오심'이 대표적이다.
신아람은 독일 브리타 하이데만(39)과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1초가 흐르지 않아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런던올림픽 최악의 오심으로 기록된 이 사건 후 2016년 리우올림픽부터는 남은 시간이 10초 미만일 경우 0.01초 단위까지 측정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펜싱 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미숙한 대회 운영으로 계속 잡음이 들리고 있다.
배구 경기 중 선수가 부상을 당했는데 들것이 아닌 사람이 선수를 옮기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고 트라이애슬론에서는 주최 측 보트가 코스 위에 떠 있어 재출발을 했다. 탁구 경기 중에도 점수 표시가 여러 차례 틀려 중계 방송을 맡은 국내 캐스터는 "언제쯤 점수가 제대로 바뀌는 걸 볼 수 있을까요"라고 답답해 했다.
그러나 이번 펜싱에서 나온 '1점 오심'의 경우 대회 조직위의 실수와 별개로 점수 오조작을 발견하지 못한 우리 측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펜싱협회에 따르면 당시 오상욱과 김정환(38·한국체대)의 8강이 동시에 열리는 바람에 우리 남자 사브르 코치는 오상욱을 맡고 다른 종목의 코치가 김정환을 맡았다. 남자 사브르 코치는 오상욱의 비디오 판독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김정환 경기를 보느라 조지아 선수 점수가 잘못 올라간 걸 확인하지 못했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사브르 종목의 특성도 한 몫 했다.
'1초 오심'의 희생자였던 신아람은 "코치 1명이 선수 3~4명을 맡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우리 선수 경기가 동시에 벌어지면 언제든 또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펜싱협회는 조만간 올림픽 사후 평가를 통해 이번 오심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고 재발 방지 교육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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