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이기에도 가계대출 증가세 계속
시중금리 이미 오름세 '코로나 이전 수준'
"금리 1%p만 올라도 이자부담 5.4조"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한층 강화된 규제를 내놨지만, 은행권 가계대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올랐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과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사람들은 되레 더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일찌감치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밝히며 유동성 회수를 공식화했지만 이 역시 '약발'이 잘 안 먹히는 분위기다. '돈줄'을 조여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규제 강화에도 주담대 한 달 새 3.8조↑
3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489조5,900억 원으로 6월 말보다 3조8,237억 원이나 불어났다. 지난 2월에만 약 3조7,600억 원 늘어난 이후 6월(약 6,500억 원)까지 내림세를 보이나 싶더니, 7월에만 4조 원 가까이 뛰었다. 가파른 주담대 증가세를 바탕으로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한 달 새 6조2,000억 원 넘게 늘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의 대상을 확대하는 등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7월부터 금융당국 주도로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졌지만, 대출 수요는 되레 커지고 실제 대출도 더 나간 셈이다.
"집값 오른다" 기대감이 대출 부추겨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졌어도 일단 대출에 성공해 집을 사기만 하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연 5~6%)를 맞추기 위해 하반기 더 엄격한 대출관리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좀처럼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 최근 한은의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 2월(129) 이후 최고치인 129로 집계됐다. 정부의 '부동산 고점' 경고는 물론이고, 한은의 올해 기준금리 인상 예고도 주택구입 수요를 억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한은이 금리를 단기간에 급격하게 올릴 순 없을 것이란 예상이 수요자들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한은의 기준금리 변동폭이 통상 0.25%포인트임을 고려하면, 올해 한은의 금리 인상은 최대 0.5%포인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하는 시중금리는 이미 줄줄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 대출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당국 규제에 보폭을 맞추는 상태다. 그 결과 6월 중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는 한 달 새 0.05%포인트 오른 연 2.74%로 2019년 6월(연 2.74%)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 급격하게 오르면 타격"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만큼 인상 속도가 추후 더 빨라지면 기존 차주들의 부담 역시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고공행진해온 자산 시장에 가격 조정까지 동반될 경우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늘어나는 이자 부담은 5조4,000억 원에 이른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가 인상되는 초반에는 대출자들이 느끼는 이자상환 부담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금리 인상이 향후 계속될수록 부담의 폭은 가파르게 증가한다"며 "금리 인상기에 자산가격 하락까지 겹칠 경우의 수를 대비해 대응책을 초반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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