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화제가 된 사진 속 주인공 밝혀져
삼육서울병원 7년차 간호사 이수련씨 등
격리병실서 적적해하는 할머니 위한 놀이
침대 없이 매트리스만 바닥에 깔린 병실. 베개에 몸을 겨우 기댄 백발의 할머니는 화투패를 손에 꼭 쥐고 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 그 앞엔 전신 방호복에 고글, 장갑까지 꽁꽁 싸맨 의료진이 앉아 할머니와의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사진의 비밀이 풀렸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이 사진은 올해 간협이 공모한 '제2차 간호사 현장 수기·사진전'에 출품된 것이다. 4월부터 출품작을 신청받았고,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데, 사진을 먼저 본 누군가가 외부에 공유하면서 퍼지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속 주인공은 93세 박모 할머니와 삼육서울병원의 경력 7년차 간호사 이수련(29)씨다. 사연은 이랬다. 중등도 치매환자로 요양원에서 생활하던 박모 할머니는 지난해 8월 1일 코로나19에 감염돼 이 병원에 이송돼 왔다.
고령인 박 할머니에겐 코로나와 맞서 싸울 체력이 없었고 곧장 음압병상으로 옮겨졌다. 고열로 기력이 뚝 떨어진 상태. 빠르게 지쳐가는 할머니를 위해 음압병상 간호사 10여 명은 '보호자'를 자처하며 '할머니 기운 차리기' 작전에 돌입한다.
먼저 낙상 위험이 있는 병실 침대부터 없애고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았다. 격리병실에서 하루 종일 적적해하는 할머니의 무료함을 해소하기 위해 생각해낸 건 그림치료. 재활치료 간호 경험이 있던 간호사의 제안이었다.
양소연(33) 간호사는 "치매에 보호자도 없이 홀로 병실에 계시는 게 너무 위험해 보였고, 입원 이튿날부터 놀이 시간을 만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수련( 간호사는 "격리 병상에서 환자가 말을 나눌 사람은 간호사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한 결과였다"고 했다.
그렇게 화투패를 이용해 꽃 그림을 맞추고, 색칠하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코로나 치료 이외에도 할 일이 더 늘었지만, 10여 명의 간호사 누구 하나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할머니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데 애를 썼다. 간호사들은 할머니와 가족들 사이 영상 통화를 주선해주기도 했다.
가족들은 "곧 퇴원하니 기운 차리고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라며 할머니를 위로했다. 간호사들과 가족들 응원에 힘입어 할머니는 입원 기간 코로나19 중등도에서 경증으로 바뀌면서 '음성' 판정을 받고 보름 만에 퇴원했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는 것은 저도 감염될까 두렵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잘 치료받아 퇴원할 수 있도록 돌봐주는 것밖에 없다"고 겸손해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