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 간 공식 검증기구 설치 논의가 대선후보 경선 과정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검증기구 설치를 처음 제안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외에 이낙연 전 대표, 박용진·김두관 의원 등 4명은 동의한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검증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기구 설치에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다. 당 지도부도 네거티브 공방 확전을 우려해 설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선주자 6명 중 4명은 '설치' 찬성
정세균 캠프는 4일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언회에 '대선주자들에 대한 검증기구를 설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캠프 관계자는 "검증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모든 후보들이 동의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 당 지도부가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경선이라는 것은 결국 가장 흠이 없는 후보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증이 부실하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경선 과정에서 나온 문제들이 제대로 검증이 안 돼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나"라고 검증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날 이 전 대표와 김두관·박용진 의원은 검증기구 설치에 공감했다. 공교롭게도 당내 1위 주자인 이 지사의 음주운전 기록 논란이 불거진 날이라, '반이재명 연대' 차원의 움직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거에는 음주운전 초범의 경우 70만 원이 일반적이고 재범, 취소 수준의 폭음, 사고가 150만 원"이라며 재범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100만 원 미만 범죄기록 공개를 제안했다.
설치돼도 인선 등 갈등 요소... 지도부는 선 긋기
이 지사는 전날 검증기구 설치 요구에 대해 "이재명의 과거를 지적하고 싶었을 텐데, 차라리 그 말씀을 하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이 제가 음주운전을 한 사실은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지사 캠프 측은 지도부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검증단 요청이 이 지사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지사는 이날 TV토론에서 "검증 대상을 제한하지 말고 측근 비리나 역량 점검을 한다면 필요하다"며 사실상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추 전 장관은 "이제 와서 당헌·당규에 있지 않은 것을 만들어 티격태격하자고 하면 국민들이 짜증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당 지도부는 검증기구를 설치할 경우 검증 대상과 기구 인선 등을 둘러싸고 주자들 간 갈등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벌금) 100만 원을 기준으로 추가 확인하는 것은 정치적 자질 공방까지 가는 것이므로 그런 결정을 지도부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며 "별도의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정세균 캠프 대변인인 장경태 의원은 "6명의 후보 중 4명이 동의했다. 당과 여타 후보들은 즉각 검토 후 수용해달라"고 거듭 압박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