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경실련 등 한목소리로 반대
① 형기 60% 채운 것 말고 조건 부합 못해
② 오너 없다고 삼성 경영에 문제 생기는 거 아냐
③ 원칙 없는 가석방, 시장경제·법치주의 막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광복절 가석방 여부가 조만간 결정되는 가운데, 1,056개 시민사회단체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심사 대상에 포함된 것 자체가 "촛불혁명에 대한 배신"이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관련기사)
①이 부회장이 형기의 60%를 채웠을 뿐 기타 다른 가석방 조건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적 주장이다.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4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가석방은 재범 우려가 없는 모범 수용자, 생계형 범죄자, 노역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에서는 사회 지도층 범죄에 가석방을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현재 국정농단과 연계된 '불법승계'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민 66.6%가 이 부회장 가석방에 찬성했다'는 여론조사는 설계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가석방의 조건, 이 부회장의 상황에 대한 것은 다 빼 버리고 단순히 형기를 채우면 가석방할 수 있는 것 같은 전제를 깔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① "가석방 조건 부합 안 해... 이재용이 역혜택 받아"
전날 '이승원의 명랑시사'에 출연한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도 "이 부회장은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을 넘어 대를 이은 불법승계와 횡령·배임 등 죄질이 무겁고 중대하다. 생계형 범죄가 아니다"며 가석방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간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 때 관련 증거를 공장 바닥에 숨기는 등 조직적인 은폐 행위를 했고,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 불법 합병 혐의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며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부회장 가석방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역차별이고, 역혜택"이라고 강조했다. 범죄만 놓고 보면 "일반인의 경우 절대 가석방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상황"이라는 것이다.
② "오너가 있어야 주요 결정 내릴 수 있다? 근거 없어"
재계에서는 전 세계가 반도체 전쟁 중인데 오너가 잡혀 있으면 주요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실증적으로 검증된 것이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앞서 1년 수감된 동안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올렸고, 역대 가장 큰 인수합병(M&A)이었던 하만의 인수 의사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번 수감기간 중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전 삼성전자가 177조 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방미 중엔 20조 원을 미국에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옥중경영을 한 것 아니냐'는 말엔 "옥중경영 자체가 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복역 중과 형을 마친 후 5년 동안 경영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관련기사)
박 위원장은 "삼성에서는 변호사를 하루 한 명 이상 만나는 것은 진행중인 재판 때문이고 이것만으로도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가석방으로 나온 다음 경영을 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③ "원칙 없는 가석방으로 시장경제, 법치주의 무너져"
박 위원장은 또 "경영은 많은 전문가들이 숙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지 총수가 직관을 갖고 결단을 해서 아이디어를 내는 게 아니다"며 "박정희 개발체제 때의 신화적인 이야기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③"이런 식의 논리로 가석방을 계속해주면 민주주의도, 시장경제도 작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간사는 앞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가석방이 결정되는 것도 경계했다. 그는 "여론만으로 누군가를 석방하고 재판 결과를 내면 더 이상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의 관련 언급에 관해 "경솔했다. 삼가고 자중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6월 4대 그룹 대표와의 오찬에서 "국민들도 공감하시는 분이 많다"는 취지로 말했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반도체 산업 요구 그리고 국민 정서를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며 가석방에 긍정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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