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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후 업데이트된 '성장의 한계'

입력
2021.08.04 18:00
수정
2021.08.04 19:13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3일(현지시간) 터키 무을라주 마르마리스에서 삼림이 불에 타고 있다. 터키 남부를 뒤덮은 대규모 산불이 7일째 기승을 부리면서 8명이 숨지고 약 1만 명이 대피했다. AP=뉴시스

3일(현지시간) 터키 무을라주 마르마리스에서 삼림이 불에 타고 있다. 터키 남부를 뒤덮은 대규모 산불이 7일째 기승을 부리면서 8명이 숨지고 약 1만 명이 대피했다. AP=뉴시스

로마클럽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맹목적 성장과 소비에 집착한 인간 문명에 경종을 울린 고전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킨 계기가 된 것은 물론이다. 1972년 첫 출간된 이래 3차례에 걸쳐 업데이트됐는데 최근 ‘업데이트 성장의 한계’가 새로 공개됐다. 로마클럽 자문위원인 가야 해링턴이 작년 11월 예일대 학술지에 발표한 이후 지난달 KPMG 웹사이트에 올리면서다.

□ 역시 결론은 첫 보고서를 작성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4인의 시나리오가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다. 해링턴은 당시 제시된 12개 시나리오가 이후 50년에 걸친 새로운 데이터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비교 검증했다. 이 가운데 지금 상황과 가장 일치하는 시나리오는 기존 방식대로 성장을 추구하는 BAU2모델과 최근의 기술 개발을 가미한 CT모델이다. 그러나 두 모델은 모두 지금처럼 성장을 추구한다면 10년 안에 경제 성장이 종식되고, 최악의 경우 2040년 즈음 사회 붕괴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CT모델은 BAU2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착륙된 미래를 보여주긴 한다. 하지만 최근의 전례 없는 기술혁신에도 불구 기후변화, 자원고갈 등으로 산업 자본과 복지의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낙관을 경계한다. 인류 문명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변경하는 경우를 상정한 안정된 세계(SW) 모델은 가장 낙관적이다. 그러나 인류가 발전 경로를 변경하기 어려운 실정을 감안하면 현실과는 가장 거리가 먼 시나리오다.

□ 우파 성장주의자들의 공격 속에서도 살아 남은 ‘성장의 한계’는 약간씩 변형되긴 했으나 전달하는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며 직면하는 자원부족과 자정능력의 한계로 결국 인류 문명은 쇠퇴한다는 것이다. 매일 두 배로 증가하는 수련이 29일째 연못의 절반을 차지했다면, 나머지 절반은 29일이 아닌 단 하루 만에 뒤덮인다는 게 50년 전 첫 보고서의 절박감이었다. 해링턴은 팬데믹에 대한 인류의 긴박한 대응을 보면 궤도 수정이 불가능하진 않다며 가능성을 열어 놓긴 했다. 하지만 SW모델만 해도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10년에 불과하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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