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얀마 민주정부와 첫 접촉 논의
아세안, '1+3 특사단' 군부와 대화 시도
군부 시간끌기 예상…"美-아세안 공조 필요"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동시 등장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다만 미국은 현지 민주세력의 중심인 국민통합정부(NUG)를 지원하는 형식을, 아세안은 군부 설득 중심 전략을 잡고 있어 실효적인 중재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NUG의 국제사회 영향력이 커질수록, 군부의 반발과 비협조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민감한 구조인 탓이다.
5일 외신과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새로운 메시지는 확실하다. 쿠데타 발발 6개월 동안 군부에 대한 경제 제재만 이어가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이제 NUG를 미얀마 민주화 회복의 선봉으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날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진 마 아웅 NUG 외교장관에게 전화해 향후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공동 노력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외곽 지원 사격도 동시에 진행됐다. 같은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얀마 민주주의가 회복되도록 군부를 더 압박해야 한다"고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아세안은 군부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방식으로 사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전날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 외교장관을 특사로 임명한 데 이어, 군부와 가까운 태국과 캄보디아 인사를 특사단 고문으로 함께 미얀마에 보내는 방식이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역내에서 군부에 가장 우호적인 국가로 분류된다.
여기에 아세안은 반군부 기조의 인도네시아 고문까지 포함해 '1+3'으로 특사단 구성을 완료한다는 복안이다. 중립국이자 완충지대인 올해 아세안 의장국 브루나이를 전면에 둔 뒤 친군부 국가들은 설득을, 인도네시아는 압박을 가해 군부를 중재 테이블에 앉히려는 노림수다.
국제사회의 개입에도 군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 작성 과정에 군정 외교장관이 참석한 점을 감안할 때 브루나이 특사 임명에 군부도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지만, 공식적인 언급은 이날도 나오지 않았다.
군부는 미국의 NUG 접촉에 대해서도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현지에선 군부가 NUG와 국제사회의 소통을 막기 위해 여러 논리를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쿠데타 초기 군부가 미 CNN방송의 자유로운 현지 취재를 사전 허용한 뒤 실제로는 지정 장소에서만 촬영을 진행한 것처럼, 명분만 취하고 실질적 중재 노력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동남아 외교가 역시 군부의 변칙 대응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군부 수장도 참석한 4월 특별정상회의에서 도출된 특사의 현지 방문 자체를 막아설 명분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미얀마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악화 등을 핑계로 교섭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과 아세안이 적극적으로 상황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