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차원서 고령 교민 별도 백신 접종 시작
교민사회 방역물자 지원… 추가 백신 확보 총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트남이 65세 이상 한국 교민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기 시작했다. 교민사회의 위기 동참 노력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자국민한테도 충분치 않은 백신 물량을 짜내 한국 교민 노약자들을 먼저 보호하고 나선 인도주의 조치다. 다만 여전히 현지 백신 물량이 부족한 상태라, 65세 미만 대다수 교민들의 접종은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6일 주베트남 호찌민 한인회에 따르면, 호찌민시 7군 인민위원회는 전날부터 호찌민 한국국제학교에서 65세 이상 한국 교민들에게 모더나 백신을 선별 접종하고 있다. 대상은 300명이며, 인도적 지원임을 감안해 7군 이외 지역에 거주 중인 사람도 통행허가증 등을 소지하면 접종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현지 보건 인력 부족으로, 당초 예상보다는 접종 속도가 느린 편이다. 실제로 전날 접종 인원은 161명에 그쳤고, 이날 나머지 인원에 대한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64세 이하 교민의 접종은 원칙대로 7군 거주자에 한정된다. 백신 종류는 아스트라제네카(AZ)이며, 35~64세 교민 대상 물량은 3,000회분이다. 이번 접종은 한국글로벌학교(KGS)가 후원하고 있다. 김종각 호찌민 한인회장은 "최대 4만여 명에 달하는 7군의 18세 이상 모든 교민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베트남 측과 추가로 협의하고 있다"며 "교민 중, 백신 주사를 놓아줄 수 있는 의료인과, 절차를 빨리 진행시킬 통역 인원의 자원봉사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수도 하노이에서도 7일부터 고령 인원에 대한 백신 접종이 진행된다. 하노이 한인회 등 교민사회 5개 단체가 베트남 측으로부터 300회분의 AZ 백신을 배정받은 것이다. 이들은 한인사회 교육·의료계 종사자들에게 우선 백신을 접종한 뒤, 잔여분을 신청인원 중 연장자 순으로 배정할 계획이다.
노년층에 대한 현지 백신 접종은 그동안 베트남에 보여 온 교민사회의 진정성이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호찌민 한인회는 지난달 시에 1억 동(약 499만 원)의 백신 기금과 함께, 방호복 1,000벌과 의료용 마스크 1만 장을 기부했다. 현지 격리시설에 긴급 구호물품을 보내는 등 국적과 상관없는 구호 활동도 펼쳐 왔다. 한국 정부 역시 지원 사격에 나섰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부족한 백신접종용 주사기 750만 개를 8일 호찌민에 긴급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고립된 한인사회에 백신이 일부 공급되기 시작했지만, 20만 전체 교민의 접종까진 갈 길이 멀다. 우선 현지에 확보된 백신 물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전날 기준 베트남이 확보한 백신은 AZ와 화이자 등 6개 종류 1,779만여 개에 불과하다. 이중 42%에 해당하는 755만여 개의 백신만 시중에 풀렸으며, 접종률은 전체 인구(9,600만 명) 대비 7%대에 머물고 있다. 호찌민 7군 외 거주 교민들은 아파트와 지구별 백신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분배될 물량을 아직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베트남의 코로나19 재확산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전날 신규 확진자는 7,244명에 달했고, 이달 들어 벌써 393명이 숨졌다. 가장 위험한 곳은 호찌민으로, 전날에만 3,886명이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수도 하노이의 확산세도 여전하다. 하노이 인민위원회는 당초 7일까지였던 '16호 지시령'을 2주 더 연장키로 이날 결정했다. 16호 지시령은 공무와 의료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시민들의 외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최고 수준의 방역 봉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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