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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억 아파트, 주담대 6억까지"…금융당국 뒷짐 진 사이 대출 시장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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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억 아파트, 주담대 6억까지"…금융당국 뒷짐 진 사이 대출 시장 '대혼란'

입력
2021.08.06 20: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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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호려울 9단지, 2.6억에 분양 전환
감정가 크게 올라 대출 한도 '쑥'
'구입 자금 넘는 대출 가능' 해석에 한도 높여
반대 '소요자금까지 대출 허용' 규정은 한도 낮춰
엇갈린 규정에 입주민마다 대출 천차만별

세종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세종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민간 공공임대 아파트인 세종시 호려울마을 9단지에서 전용면적 84㎡에 사는 김모씨는 분양 전환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금융권에 문의하다 깜짝 놀랐다. 대출 상담사는 대출 한도가 집값 2억6,000만 원을 훌쩍 넘는 5억 원이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일단 많이 빌리고 차액은 다른 곳에 쓰라고 계약을 유도하는데 이래도 괜찮은 건지 의문이다"며 혀를 내둘렀다.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를 제어하기 위해 대출을 조이는 정부 정책과 반대로 집값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준다는 '수상한 대출'이 금융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주담대 한도는 집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만큼으로 정한 금융당국 규정을 보면 이런 대출은 편법에 해당한다.

하지만 시세가 급등한 주택 주담대는 집값보다 더 많은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다른 해석을 따를 경우엔 합법적인 대출로 둔갑한다. 같은 아파트 입주자라도 이용하는 금융사에 따라 대출 한도가 천차만별인데, 금융당국이 이런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금융권도 초기엔 "분양가 초과 대출 가능"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3년 공급 계약, 2016년 입주를 시작한 호려울 9단지는 당초 10년 공공임대로 설계됐으나 5년 차 조기 분양에 따라 이달 분양 전환을 진행 중이다. 2013년 아파트 공급 당시 확정 분양가인 2억6,290만 원에 분양 전환 계약서를 작성해 계속 살았던 전세 입주자들은 이 가격에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분양 전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출 상담 현장은 그야말로 혼란이다. 통상 집값의 40~70%까지 빌릴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정을 비웃듯 확정 분양가를 초과해 대출해준다는 상담이 비일비재하다.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2금융권인 새마을금고, 푸본현대생명보험은 대출 한도가 각각 4억5,000만 원, 6억2,300만 원이라고 소개했다. 단 소득을 반영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따지면 실제 대출액은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1금융권인 NH농협, 하나은행, 신한은행과 연계된 대출 상담사 역시 상담 초기엔 한도가 4억~6억 원으로 공고했다. 하지만 대출 규정 위반이 아니냐는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1금융권인 은행들은 최근 대출 한도를 확정 분양가 이내로 수정 공지했다.

"금융위 해석 따라 대출 많이" vs "금융위 규정 반영해 한도 축소"

금융사마다 대출 한도가 다른 이유는 엇갈린 금융당국 규정 때문이다. 금융사는 호려울 9단지의 감정가를 7억~9억 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분양 전환 계획을 맺고 5년을 쭉 거주한 입주자는 LTV 70%를 적용받아 대출 한도가 6억3,000만 원(감정가 9억 원의 경우)까지 산출된다.

기존에 내려졌던 금융위원회 유권해석도 주택 구입 비용인 2억6,000만 원을 훌쩍 넘는 대출 한도 6억3,000만 원을 가능하게 한다.

금융위는 "시세가 주택 구입을 위해 필요한 금액보다 클 경우 소요 금액을 넘는 주담대도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갚을 여유가 있다면 돈을 충분히 빌릴 수 있도록 한 취지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실제 소요 자금을 웃도는 대출 한도는 현장 직원이 금융위 해석을 토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금융권과 달리 대출 한도를 2억6,000만 원으로 변경한 1금융권은 금융위 유권해석 대신 '여신심사 시 소요 자금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은행업 감독규정을 따랐다. 주담대를 필요한 만큼만 빌려주라는 보수적인 감독규정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규정 역시 금융위가 관리하고 있다.

현장에선 애매모호한 금융당국의 태도 때문에 대출 시장 혼란이 가중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각자 입맛에 맞게 규정과 제도를 적용해 쓰고 있는데도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당국이 최근 고삐 풀린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겠다고 공언한 점을 감안하면, 다소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구입 자금을 초과한 대출이 일어나는 부분을 파악하고 있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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