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태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버스가 덜컹거리고 있다. '운전대'를 차지하기 위한 이준석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기싸움이 거칠어지면서다.
지난달 30일 입당 이후 윤 전 총장의 열흘은 이 대표와의 신경전으로 얼룩졌다. 이 대표가 서울을 떠나 있는 동안 입당하는 것으로 '펀치'를 날렸고, 당 지도부가 주도한 당내 대선주자 봉사활동 행사에 불참하는 것으로 또다시 '잽'을 던졌다. 이 대표는 매번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측은 불화설을 일축했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 관계자는 8일 "우리가 이 대표와 사이가 나빠서 좋을 게 무엇이 있겠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봉사활동에 가지 못한 건 참가해 달라는 연락을 늦게 받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사실상 이 대표 쪽에 돌렸다.
야당 대표와 야당 내 지지율 1위인 대선주자가 공개적으로 얼굴을 붉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각자 역할에 대한 인식 차이에 있다.
'공정한 운전자'를 자처하는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을 당내 대선주자 10여 명 중 1명으로만 대우하려 한다. 최근 이 대표의 발언엔 윤 전 총장을 '정치 현실을 잘 모르는 신인'으로 보는 태도가 깔려 있다. 대선 정국에선 당대표가 자신의 역할을 경선 관리로 축소하고 몸을 낮추는 게 보통인데, 이 대표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반면, 윤 전 총장은 보수진영 대선 레이스의 주인공으로서 버스 행선지와 주행 속도를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한다. 그는 당대표의 권위나 정당 조직의 무게를 별로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비친다. 다른 당내 대선주자들과 '급'이 다르다고 보는 것도 한 이유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정진석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돌고래’에, 나머지 대선주자들을 ‘고등어, 멸치’에 비유하며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다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신경전은 오는 11월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당헌상 최종 대선후보가 선출되는 시점부터 당무에 대한 권한이 대선후보에게 넘어간다. 이 대표는 '11월까지는 당권이 내게 있다'고 보고, 윤 전 총장은 '당권은 이미 나의 것'이라고 여기고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엔 이렇다 할 계파가 없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선출된 이후 당내 견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생기면서 국민의힘이 '친윤석열계'와 '비윤석열계'로 분열될 조짐이 보인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는 8일 이종배·윤창현·한무경·정점식 의원 등 전·현직 의원 9명을 추가 영입해 당내 세력화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에 합류한 현역 의원은 9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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