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목졸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광고 눈살
임 작가, 배우들에 엔딩 장면 전화로 알려줘
유행처럼 번지는 '급사 드라마'?
"인간성 상실 부추겨" 비판
임성한 작가가 또 빙의 등 미신적 소재로 '막장 드라마'를 펼쳐 구설에 올랐다. 임 작가는 빙의된 사람의 눈에서 초록색 빛('신기생뎐'·2011)이 나오고,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에 복수하기 위해 이복자매의 약혼남을 유혹('인어아가씨'·2002)하는 등 비상식적이고 패륜적인 이야기를 반복해 2015년 MBC 드라마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지상파에서 '퇴출'됐다. 그 이후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이 시청자를 잡기 위해 절필을 선언한 임 작가의 복귀작을 올해부터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임성한표 막장'이 부활해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종편이 소환한 '임성한표 미신'
"애비 골프 가자." 8일 '결혼작사 이혼작곡2'에선 손녀가 죽은 할아버지의 영혼에 빙의돼 기괴한 행동을 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극 중 초등학생인 지아(박서경)는 난데없이 화난 표정으로 그의 할머니인 김동미(김보연)에 달려가 목을 졸랐다. "김동미, 너!" 지아의 얼굴 위론 뿌옇게 죽은 할아버지 기림(노주현)의 얼굴이 비쳤다. 죽은 할아버지가 손녀의 몸에 영혼으로 들어가, 그를 죽게 방치한 아내를 응징하려는 설정이었다. 이 드라마는 15세 이상이면 볼 수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가족극에 빙의라니. 황당한 전개를 제작진은 되레 '광고'했다. 김동미가 빙의된 손녀의 손에 목이 졸린 듯한 화면 아래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시즌3'란 자막이 깔렸다.
기괴한 설정에 출연 배우들도 깜짝 놀란 분위기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관계자는 9일 "시즌2 마지막 회는 배우들이 자기 출연분 내용만 알고 있었다"며 "지아가 빙의된다는 건 눈치챘지만, 방송처럼 할머니의 목을 조르는 것까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출연 배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임 작가는 엔딩 신은 대본이 아닌 전화로 직접 배우들에 일일이 내용을 전달했다. 내용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온라인커뮤니티엔 요즘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로 불리는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순한 맛'(BUCKET*****), '임 작가와 시즌제의 결합이 너무 무섭다. 끝없이 막 계속 쓸 것 같아서'(LmZcBpOC2L*****) 등의 글이 올라왔다.
"임신했더라면" 수동적 여성성 비판
임 작가는 그간 무속을 '무기'처럼 써왔다. 이야기를 비상식적으로 꾸려가다 보니 그 꼬인 매듭을 풀 수단이 미신적 요소 즉 초현실을 통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암도 생명체인데 같이 살아야죠"('오로라공주'·2013)란 황당한 세계관으로 악명 높은 임 작가는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도 어김없이 궤변을 늘어 놓는다. 모델 지망생 아미(송지인)는 "영화든 드라마든 드라마틱한 게 정상인데 그걸 막장이라고 분류하고 표현하는 게 웃긴 것 같다"라고 말한다. 임 작가가 그를 향해 쏟어지는 막장 비판에 대한 항변처럼 들린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속 일부 여성은 시대착오적이다. 혜령(이가령)은 혼외자식을 낳고 이혼을 요구하는 변호사 남편 사현(성훈)을 보며 "만약 내가 임신했더라면"이라고 자책한다. TV조선 시청자위원회도 진부한 여성 서사를 문제 삼았다. 채널 홈페이지에 최근 올라온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엔 "여자들이 매우 무기력하게 그려지는 것 같다. 여성상에 대해 단정을 짓는 것 같고, 요즘 시대와는 너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보는 내내 불편한 느낌" "70년대 드라마 느낌이 날 때가 있다" 등의 의견이 담겨 있었다.
'펜트하우스' '오케이 광자매'와의 공통점 '급사'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선 두 명이 급사한다. 기림은 아내와 영화를 보다 극장에서, 가빈(임혜영)의 부모는 교통사고로 해외에서 죽는다.
요즘 안방극장은 '급사 전성시대'다. 시청률 30%를 웃도는 KBS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에선 산마리아(하재숙)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SBS '펜트하우스'에선 로건 리(박은석) 등 죽은 줄 알았던 인물들이 좀비처럼 살아나며 이야기를 끌어오고 있다.
작가가 마구잡이로 써가는 살생부에 시청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펜트하우스' 김순옥과 임성한 등 시청률 흥행 보증 수표라 불리는 작가들이 인물을 너무 함부로 다뤄 피로함을 주기도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인간성 상실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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