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망덕한 베트남은 떠나는 게 진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베트남 뉴스에는 이런 댓글이 수없이 달려 있다. 지난해 2월 말, 한국 국적기 일방 회항 문제로 촉발된 반베트남 정서가 가라앉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 지난달 일방적으로 화장된 코로나19 사망 교민 소식은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갔다. '한국의 확장된 경제영토' '신남방정책의 중심지'. 양국 우호의 레토릭은 꺼내기도 어려운 문구가 됐다.
베트남 정부가 최근 한국 기업들에 백신 위탁생산 방식을 문의하자, 수많은 한국인들이 "이제 베트남이 한국 백신까지 뺏으려 한다"고 핏대를 세웠다. 공세는 20만 교민들에게도 향한다. 고립된 한인 거주지역의 백신 공급 문제에 대해 "세금도 안내는 교민들까지 우리가 왜 신경 써야 하냐"고 쏘아붙이는 식이다.
미움이 저주로 바뀌는 건 쉬운 일임을 안다. 그러나 최근의 비난은 근거가 빈약한 것 또한 사실이다. 백신 갈취 논란만 해도, 자체 백신 생산국이 아닌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 백신을 뺏어갈 수도 뺏길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양국에는 백신 생산 및 이전에 대한 어떤 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다. 교민 대다수는 한국의 수출활로를 뚫기 위해 파견된 기업들의 주재원일 뿐이다. 이들은 매년 한국에 소득세를 내고 꼬박꼬박 연말정산도 의무적으로 한다. 일부 현지기업 피고용자와 창업가 역시 대부분 한국에 가족이 있어 일정 부분 세금을 납부한다. 챙겨달라고 떼쓴 적도 없다. 모국의 백신 접종 현황을 알기에, 교민들은 베트남 정부의 '백신 구매자금 모금운동'에 동참하며 자발적으로 살길을 찾고 있다.
베트남을 욕하는 건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선 비난은 한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 베트남을 대신할 글로벌 생산기지도 없을뿐더러, 힘겹게 버티는 동포들의 의지를 폄하할 이유도 없다. 한국기업과 교민들을 향한 응원과 격려에는 돈도, 백신도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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