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육상 높이뛰기 한국신기록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충성!"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2m35)을 세운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신체적 조건이 불리했지만 올림픽만 나간다면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우상혁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경기를 치르기 전부터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는 확신이 있었느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비밀스러운 비밀이었는데 김도균 코치님과 저는 확신이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상혁은 어릴 때 교통사고로 인해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은 신체조건을 가졌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하고 1997년 당시 한국의 육상 간판 이진택이 세웠던 한국신기록(2m34)을 깼다. 또 우상혁은 이진택이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결선에 진출한 이후 25년 만에 결승 진출 쾌거를 이뤄냈다. 단 1㎝를 올리는데 2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우상혁은 자신의 신체조건에 대해 "(발 크기가 다른 건 ) 완전 불리한 조건이긴 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신체적인 조건이 안 좋아서 비판했던 사람들도 많다"며 "키도 작다고 불리한 조건이라고 기록 경신은 안 된다고 많이 그랬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우상혁은 "그래서 더 한국신기록을 깨고 싶었고, 증명해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 말에 좌절하지 않고 이번 올림픽 통해서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더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상혁은 이번 올림픽에서 4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비록 메달은 획득하진 못했지만 경기를 뛰면서 밝게 웃고 "가자!" "괜찮아" 등을 외치며 국민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파했다.
그는 이에 대해 "(성격이) 엄청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기록이 좋지 않을 때는 우울감에도 빠졌다고 한다.
우상혁은 "즐기다 보면 후회도 안 남는데 즐기지 못하고 후회만 남는 것 같아서 열심히 했으니 즐겨보자고 했다"면서 "그러니까 조금 행복감이 따라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부상으로 방황하기도"
우상혁은 하마터면 이번 올림픽 출전을 못할 뻔했다. 그는 부상으로 발목이 잡혀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고 전했다.
우상혁은 "제 딴에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고 앞길이 창창할 줄만 알았다"며 "하지만 2019년 세계선수권 대회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가 부상이 생기는 바람에 (마음이) 급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선수로서 급했으면 안 되는데 너무 제가 하고 싶은 대로만 했고, 그러니 성적도 안 나오고 최악의 부상도 따라왔다"며 "방황을 많이 했는데, 김 코치님이 '상혁아, 한번 해보지 않을래' 이런 말씀해주셔서 (코치님의) 손을 잡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김 코치와 최고 기록을 합작했다. 그는 "김 코치님께서 우리는 증명했다고 말씀하셨다"며 "다른 누구도 우리를 절대 안 된다고만 봤지만 우리는 믿음이 있었고 할 수 있었다라는 말을 서로 수없이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이미 증명했고 역사를 썼고 이제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다, 이대로 나아가자 이런 얘기를 (코치님과)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거수경례로 주목...라디오 인터뷰도 "감사합니다, 충성!"
우상혁은 이번 올림픽에서 경기 전 선수 소개할 때와 경기가 끝났을 때 거수경례를 통해 군인 신분임을 보여줬다. 밝게 웃는 와중에도 거수경례를 할 때는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해 늠름한 군인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우상혁은 자신을 소개할 때도 "국군체육부대 소속 일병 우상혁입니다"라고 했을 정도로 군인 신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사실 우상혁이 4위를 했을 때 군면제 혜택을 볼 수 없다며 안타까워한 국민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이날 라디오 진행자가 '귀국 직후에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축전을 받았다는데, 축전 말고 포상휴가는 혹시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우상혁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축전이 저한테는 굉장히 영광이었다"며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그러면서 라디오 인터뷰를 마칠 때는 "감사합니다, 충성!"이라고 마지막까지 군인다운 면모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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