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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온 美 뉴노멀… "시급 15달러 미만 거들떠도 안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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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온 美 뉴노멀… "시급 15달러 미만 거들떠도 안 볼 것"

입력
2021.08.09 2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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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노동자 80%가 15달러 이상 시급 받아"
바이든도 하지 못한 일, 감염병으로 현실화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 불러올 것" 우려도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구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구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시급 15달러(약 1만7,000원)’가 미국 고용 시장의 ‘뉴 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대형 업체뿐 아니라 저임금 직종의 대명사인 음식점과 슈퍼마켓 등 소매업체까지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너도나도 ‘당근’을 제시하면서 자연스레 직원들의 몸값도 상승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마저 이행하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의 난제(難題)를 감염병 확산 사태가 해결해 버린 역설적 현상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미국 전체 노동자의 80%가 시간당 15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다”며 “2014년의 60%와 비교할 때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해 2월 13.86달러 수준이었던 미국 내 요식업계 비관리직 종사자의 평균 시급은 올해 6월 15.31달러로 올랐다. 16개월 만에 10%나 뛴 셈이다. 같은 기간 슈퍼마켓 직원들의 시급도 7% 늘어나 15.04달러가 됐다. 정육점과 보육·요양 서비스, 장애인 보호시설 등 저임금 노동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 상당수도 ‘시급 15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10년 이상 동결 상태인 미국 연방정부의 최저임금인 시간당 7.25달러(약 8,300원)의 두 배를 넘는 액수다.

임금 인상은 인력 유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업계의 고육책이다. 지난해 3월 팬데믹 이후부터 올 초까지 비대면 경제활동이 늘고 근로환경도 악화하면서 상당수가 일자리를 떠났다. 올해 1월 백신 접종을 기점으로 경제가 반등했지만, 노동자들의 복귀는 더뎠다. 연방정부와 주(州)정부가 제공하는 실업수당이 근로의 대가보다 더 많은 탓에 굳이 노동 전선으로 뛰어들 이유가 없고, 구인·구직 시장 불균형 탓에 노동자 우위 구도가 되면서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미국 일리노이주 버펄로 그로브의 한 신발가게 앞에 직원 채용을 알리는 간판이 놓여 있다. 버펄로=AP 연합뉴스

올해 6월 미국 일리노이주 버펄로 그로브의 한 신발가게 앞에 직원 채용을 알리는 간판이 놓여 있다. 버펄로=AP 연합뉴스

애가 탄 고용주들은 단 한 명이라도 일터에 복귀시키고자 앞다퉈 급여를 올렸다. 시작은 대기업이었다. 올해 5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직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평균 17달러의 급여에다 보너스까지 제시했다. 맥도널드와 언더아머, 월마트 등도 아마존의 공격적 행보를 뒤따랐다. 약국 체인 CVS와 유통 체인 타깃, 베스트바이, 코스트코 역시 현재 11달러인 최저 시급을 내년 여름까지 15달러로 올려 보조를 맞출 예정이다.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대기업이 속속 임금을 올리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WP는 “노동 현장에서 시간당 15달러 이상을 보장하지 않는 일자리는 구직자들이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실 ‘시급 15달러’는 지난 10년간 미국 노동계와 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숙원이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초 1조9,000억 달러(약 2,140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경기 부양안에 최저임금 인상안도 끼워 넣었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 중도성향 의원들마저 ‘고용주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감염병 국면이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일을 순식간에 현실로 만든 것이다. “미국 노동시장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제 두 배로 높아진 ‘몸값’은 미국 내 새로운 표준으로까지 자리 잡을 전망이다. 한번 올라가면 좀체 떨어지지 않는 임금의 속성상, 현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급여 인상은 직원과 구직자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이는 ‘평균’ 수치이기 때문에 여전히 15달러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고용 저하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미 원자재 가격 인상과 소비 지출 회복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이를 더 부추길 것이라는 의미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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