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피의자 7명 중 1명 빼고 주말에 조사
평일 출석 통보해도 현업 등 이유로 주말 요구
수사기관 안팎선 "언론 피하려는 의도" 지적도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의 금품 제공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금품을 수수한 피의자들 대부분을 평일이 아니라 주말에 조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사 대상이 법조계와 언론계 인사들이라 '언론 노출을 피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받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경찰은 피의자들이 주말 조사를 요구하면 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김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7명이 입건돼 모두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화요일인 지난달 13일 경찰에 출석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6명은 주말에 조사를 받았다. 수사팀은 자신들의 업무시간을 감안해 가능하면 평일에 출석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가짜 수산업자' 사건 피의자들은 대부분 주말에 조사를 받겠다고 응답했다.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출신 이모 검사는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11일과 이달 8일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종합편성채널 기자 정모씨 또한 일요일인 지난달 25일에 경찰에 출석했다. 전 포항남부경찰서장인 배모 총경과 엄성섭 TV조선 앵커 조사일자는 토요일인 지난달 17일이었다. 중앙일간지 기자 이모씨와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각각 토요일인 지난달 24일과 이달 7일 조사를 받았다.
형사사건 피의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불이익을 우려해' 수사기관의 출석 통보일에 조사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수사팀 입장에선 쉬는 날이 아닌 평일에 조사하길 희망하지만, 피의자들이 주말 조사를 요구하면 응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가급적 주말 조사는 지양하지만 반드시 조사가 필요한 피의자 측에서 평일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피의자들은 평일에는 현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말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상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기 위한 목적이 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경찰은 "일반 형사사건 피의자들이 경찰의 출석 통보를 받은 후 주말 조사를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유명 인사의 경우 주말 출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선 주말 조사 자체를 특혜 제공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 피의자 대다수가 주말 조사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긴 하지만, 인권 보장 차원에서 일반 피의자들도 일과가 바쁜 경우 근무시간 이후나 주말에 조사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며 "다만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나 서면조사는 특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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