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1만3000명 신청 ...비정규직 1만1000명은 제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정규직만 감염시키나요? 안 되겠다 싶어서 알아서 백신 접종 예약을 했는데, 그마저도 취소하라고 하니 기가 찰 일이지요."
11일 인천의 한 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김모(가명·54)씨는 분노에 차 있었다.
김씨가 일하는 발전소를 포함,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소 직원들은 전력수급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사회필수인력'으로 분류됐다. 코로나19 백신을 남들보다 먼저 맞는 우선접종대상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발전소는 방역당국에 접종대상자 명단을 내면서 비정규직은 쏙 빼고, 정규직 직원 1만3,846여명만 대상으로 한 희망자 명단을 제출했다. 자회사(청소·경비 등) 직원 2,678명과 용역·파견업체 직원 8,608여명은 제외된 것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우선접종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된 건 서러운 일이지만, 김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50대 백신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되자 '광클' 끝에 가까스로 '8월 19일 접종 예약'에 성공했다. 발전소는 백신 접종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보장해줬지만, 유독 김씨에게만은 근무일정 조정이 안 된다는 이유로 다른 날짜로 바꾸라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김씨는 19일 예약을 제 손으로 취소해버렸다.
백신 접종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은 이런 실태를 폭로하면서 한국전력과 발전5사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지 않고 모든 근로자의 백신 접종을 완료해달라"고 촉구했다.
발전소의 경우 민영화 이후 유지·보수·정비 업무나 경비·시설관리·청소·소방 등의 업무는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공공운수노조는 "비정규직 백신 접종을 후순위로 미뤄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조진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은 "비정규직도 한 공간에서 같이 업무를 하고 식당이나 휴게실 등 공용 공간도 함께 쓴다"며 "우선접종 대상에서도 빼놓고 스스로 알아서 맞겠다고 해도 훼방만 놓는 건 대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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