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17개주 휩쓴 산불… 군인 등 65명 사망
튀니지에서도 이상고온에 화재 150여건 발생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을 휩쓴 화마가 이번엔 북부 아프리카를 덮쳤다. 지중해 연안 국가인 알제리와 튀니지에서도 폭염 속에 산불이 사흘째 번지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제리에선 사흘 전 북부 산악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로 이날까지 최소 65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엔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위해 투입된 군인 28명도 포함돼 있다. 압델마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은 3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화재와 관련 없는 국정 업무를 모두 중단했다.
특히 피해가 컸던 북부 카빌리 지역 티지우주에선 불이 민가까지 집어삼켜 주민들이 인근 마을 호텔과 대학 기숙사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산악지대 주민들은 물 양동이와 나뭇가지를 동원해 직접 진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식량과 의약품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알제리 재난당국은 17개 주를 휩쓴 산불 100여 건 중 50여 건은 진화됐지만 절반 가량은 아직도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섭씨 46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달 중순까지 계속될 예정이라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웃국가들은 알제리를 돕기 위해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화재 진압용 항공기 2대를 카빌리 지역에 보내기로 했고, 유럽연합(EU)도 항공기 2대를 긴급 파견했다. ‘서사하라 분쟁’을 둘러싼 이견으로 수십 년간 충돌해 온 모로코도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모로코 국영통신 MAP은 “모하메드 6세 국왕이 항공기 2대를 파견할 준비를 마치고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알제리와 국경을 맞댄 튀니지에서도 산불 10여건을 포함해 화재 150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상 고온이 계속되면서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선 낮 최고기온이 49도까지 치솟았다. 북아프리카에서도 매년 여름 산불이 발생하지만 올해처럼 피해가 큰 경우는 드물다.
사상 최악의 화재 피해를 입은 남부 유럽은 아직도 불타고 있다. 30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찾아온 그리스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산불 500여 건과 사투를 벌였지만 일부는 진압하지 못했다. 약 20만 명이 거주하는 에비아 섬에선 주민과 관광객 3,000여명이 페리선을 이용해 섬을 탈출했고,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선 20여개 마을에 대피령이 떨어졌다.
이탈리아 남부도 화마에 잿더미가 됐다. 사르데냐섬은 지난달부터 산불이 계속돼 서울 면적의 3분의 1인 200㎢ 규모 산림이 소실됐고, 칼라브리아에선 불길이 가옥을 통째로 집어삼키며 76세 주민이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12시간 동안 시칠리아와 칼라브리아에서 소방 항공기 7대를 투입해 3,000회 이상 진화 작업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2주간 산불로 수백㎢에 달하는 산림을 잃은 터키는 북부 해안에 쏟아진 폭우로 다리가 무너지는 등 홍수 피해까지 발생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