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 수출량, 국내 판매량 압도
2011년 집계 이후 처음
미국이 중국 넘어서... K팝 거점의 변화
미국 하와이에 사는 카리 루(19)씨는 7년 차 '아미(방탄소년단 팬)'다. '상남자'가 실린 앨범 '스쿨 러브 어페어' CD를 2014년에 처음 샀다. 루씨는 "CD플레이어는 없었지만, 멤버들의 포토카드 등이 있어 소장하고 싶어 샀다"며 "중학교 졸업 때쯤 방탄소년단이 아주 유명해지기 전부터 좋아했고,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지켜봐서 더 애틋하다"고 말했다. 미국인인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 CD는 영·미권 팝스타가 아닌 K팝 그룹의 앨범이었다.
2011년 집계 후 처음...국내 넘어선 해외 K팝 CD 판매량
들을 곳도 마땅치 않은 CD는 국내 K팝 팬들만 산다? 오해다. K팝 CD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인구는 해마다 줄고 CD플레이어는 더 찾기 어려워지는데 CD 판매량이 폭증하고 있는 배경이다. 지난해 국내 CD 판매량은 약 4,000만 장으로, 2016년 1,080만 장보다 무려 4배 뛰었다.
12일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팔린 CD는 2,590여만 장으로, 국내에서 팔린 1,690여만 장보다 900만여 장 많았다. 협회가 2000년부터 음반 판매량을 집계한 이후 국내 가수 CD 연간 해외 판매량이 국내를 앞서기는 처음이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세븐틴의 삼각 편대를 주축으로 지난해 K팝 해외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진 영향이다.
K팝 CD의 해외 판매량 상승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6월 기준, 해외에서 팔린 K팝 CD는 1,630여만 장으로 국내 1,340만여 장을 앞섰다. 세관에 신고된 기획사 해외 직수출량과 교보핫트랙스와 예스24 등을 통한 해외 판매량을 합산한 결과다.
유례없는 감염병 장기화도 CD 수출 폭증에 한몫을 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해외 팬들은 한국 팬들에 비해 다양한 굿즈(아티스트 상품)를 사기가 어려운 데다, 코로나19로 해외공연이 줄줄이 무산돼 만날 접촉점이 없어 더 CD 소장욕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국내외 CD 판매량 격차가 가장 큰 달은 2020년 2월로, 해외 판매량(410만 장)이 국내(140만 장)보다 3배 많았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실린 방탄소년단 앨범 '맵 오브 더 솔: 7'이 발매된 달이다.
BTS 블랙핑크 세븐틴 '삼각편대'로 미국서 확산
지난해 한류 팬 숫자는 사상 처음으로 1억 명을 넘어섰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동호회에 가입된 인원만 집계한 수치로, 개별적으로 한류 콘텐츠를 즐기는 팬을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수억 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확산의 거점은 미국이었다. 미국으로의 CD 수출액이 가파르게 증가(117%)해 중국을 처음으로 앞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팔린 CD 수출금액은 1,700만 달러(197억 원)였다. 일본이 5,900만 달러(683억 원)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은 1,550만 달러(179억 원)로 미국의 뒤를 이었다. 아시아가 그간 K팝 한류 거점이었으나, 이젠 미주 대륙으로 확산의 진원지가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불과 3년 전인 2017년만 해도 미국으로의 CD 수출량은 중국의 7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중국에선 한한령으로 양국의 문화 교류가 위축된 반면, 미국에선 K팝 한류가 급성장해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지난해 해외로 팔린 국내 CD 수출액은 1억2,340만 달러(1~11월·1,429억 원)로 집계됐다. 국제음반산업협회 지난해 기준, 전 세계 CD 판매 총액은 44억 달러(5조960억 원)다.
"배에 띄워야 해 몇 주 전부터 제작" 변화
해외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CD 제작 시스템도 바뀌고 있다. 국내 대형 K팝 기획사 관계자는 "해외로 수출할 CD를 대부분 배로 띄우기 때문에 현지 음반 매장 등에 제때 CD가 깔릴 수 있도록 제작 일정을 몇 주 앞당겼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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