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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 미사일, 미래전쟁의 게임 체인저

입력
2021.08.12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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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이석수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 혁신은 무기 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 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미군 극초음속 활공비행체(C-HGB)의 시험발사 모습. ⓒUS NAVY

미군 극초음속 활공비행체(C-HGB)의 시험발사 모습. ⓒUS NAVY


미래전의 승패는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휘부의 의사결정과 전쟁의 속도가 급속히 빨라졌다. 군은 지휘통제체계 및 무기체계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재료과학 등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빠른’ 의사 결정과 ‘빠른’ 무기가 미래전의 양상을 주도할 것이다. 신속한 의사 결정에 따라 원거리에서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적의 핵심 표적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가 미래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극초음속이란 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를 의미한다. 음속은 고도와 온도에 따라 편차를 보이지만 5배 이상의 음속이란 대략 1시간에 6,125㎞ 이상을 이동하는 속도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극초음속 활공비행체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등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극초음속 활공비행체는 로켓엔진을,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스크램제트엔진을 사용한다. 스크램제트엔진의 장점은 연소를 위한 산화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극초음속 활공비행체는 대기권의 경계를 벗어났다가 재진입해서 하강하고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대기권 내에서 작동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원거리에서 짧은 시간 내에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표적의 범위가 확장됐다. 또한 기동성이 뛰어나다. 비행 궤적이 일정하지 않고 변화할 수 있다. 적이 예상하지 못하도록 궤도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여러 방향에서 표적에 접근할 수 있다. 궤도가 정해진 탄도미사일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탄두는 재래식 탄두 및 핵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다. 정확성은 탄두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재래식 탄두가 핵탄두보다 더 높은 정확성을 요구한다.


극초음속 미사일과 요격체의 개념도. ⓒMBDA

극초음속 미사일과 요격체의 개념도. ⓒMBDA


다수 전문가들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전쟁 양상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닌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한다. 한편 군비통제론자들은 극초음속 미사일의 위력과 파급효과가 과도한 선전이라고 비판한다. 즉 극초음속 무기체계가 ‘혁명적’이 아니라 ‘진화적’ 변화를 선도한다고 본다. 새로운 위협이 아니고 오랜 위협이 좀 더 심화된 것으로 평가한다. 이미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의한 위협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공할 극초음속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어도 상대국에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러나 극초음속 미사일이 전략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조기경보시간이 너무 짧고 궤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방어하는 입장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정확히 탐지하고 추적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적시에 효과적으로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탄두의 모호성도 오판을 야기한다. 적의 의도를 잘못 파악해서 선제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훨씬 커졌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선제공격으로 상대방의 보복력을 무력화시킨다면 냉전 시대 핵전쟁을 막을 수 있었던 상호확증파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는 억제전략이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이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주도하고 인도,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가세하고 있다. 한국도 ‘첨단과학기술군’ 건설의 일환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관심이 크다. 북한도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개발을 언급했다. 이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선 임무와 용도를 식별한 후에, 필요로 하는 극초음속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제한 개발 경쟁은 오히려 서로의 안보를 해칠 수 있다. 관련국 간 지나친 극초음속 군비 경쟁을 제한하는 조치에 대한 합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석수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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