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하루 앞둔 12일 삼성전자 노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간 창업자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따르던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안을 받아든 것이다. 재계에선 이번 노사 단체협약을 계기로 삼성 전반에 새로운 노사 문화가 형성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단체협약 체결식을 열어 95개 조항의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 합의안엔 노조사무실 제공, 유급 조합활동 시간 보장과 같은 노조 활동 보장 내용 및 산업재해 발생 시 처리 절차, 인사제도 개선 등의 조항이 포함됐다. 이날 체결식엔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4개 노조 공동교섭단 대표들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단체협약 체결 후 모범적 노사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자는 취지의 '노사화합 공동 선언문'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오늘은 삼성전자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의미 있는 날이다"며 "앞으로 노사가 상호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으로 발전적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법에 따라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보다 우선하는 직장 내 최상위 자치 규범이다. 삼성전자가 노조와 협약에 이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대국민 회견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 노사는 지난해 11월 본교섭을 시작으로 30여 차례의 교섭을 벌여 9개월여 만에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가석방 하루 전날 단체협약이 체결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전자가 낡은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상생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전날 사내 단체급식을 외부 중소·중견 업체에 확대 개방한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 역시 가석방 후엔 경영 정상화 못지않게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17일 정기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첫 공식 활동이 준법감시위 방문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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