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따라 위중증 환자도 400명대에 접근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다시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3차 대유행 이후 정부는 하루 1,000명대 확진자가 나와도 버틸 수 있는 병상 규모를 만들어놨다고 하지만, 현 4차 대유행은 2,000명대를 뚫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 상급병원과 추가 병상 확보를 논의하고 있지만 이미 3차 대유행에서 병상의 1%를 내놨던 병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2일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26%, 중환자실은 37%, 생활치료센터는 41% 정도 여유가 있다"며 “현재 대기 없이 환자가 바로 병상을 이용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2,000명대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중환자실 추가 확보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병상이 충분하다는 얘기를 두고 병원 현장에선 통계 수치에 속지 말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인천 가천대길병원만 해도 중환자 병상은 23개 중 4개만 남았다. 4개는 여유 병상이 아니라 상태가 악화하거나 응급센터를 통해 들어온 중환자를 언제든 받을 수 있게 비워 둬야 하는 병상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 숫자 자체는 3차 대유행과 비슷한데 예전과 달리 입원기간이 긴 50대 중환자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일단 환자를 받으면 병상을 빨리 비울 수도 없으니 지금부터 환자가 확 불어나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감염병전담병상 1000개 늘렸으나.. 여유분은 26%
여기다 통계상의 허점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공호흡기를 달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저유량 산소 환자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중환자 집계에서 빠졌다"며 "의료 현장에는 통계상의 위중증 환자 수보다 더 많은 중환자가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이 손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한 달 동안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약 1,000개 가까이 늘려 11일 기준 8,560개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환자 수가 폭증하다보니 병상을 늘렸음에도 병상 여유분은 50%에서 26%로 오히려 반토막이 났다. 병상은 빠르게 사라져 가는데, 병상이 늘어나는 속도는 오히려 떨어져서다. 같은 기간, 정말 상태가 위중한 환자에게 필요한 중증환자 전담병상은 806개에서 810개로 고작 4개 늘었다. 전담 인력에 읍압병실까지 갖춰야 하는 중환자 병상은 늘리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위중증 환자는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확진자가 쏟아지고 나면 1~2주 뒤 위중증 환자가 불어나는 패턴을 보여왔다. 3차 대유행 때인 지난해 12월 25일 국내 최다 확진자 1,216명이 발생하자 2주 뒤에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었고, 4차 대유행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3차 대유행에 비해 사망자는 줄었기 때문에 중환자실보다는 생활치료센터나 감염병 전담병원을 중심으로 병상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필요할때마다 땜질식 확보... 체계 마련해야"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민간 병원에 다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번에는 확진자 발생 규모가 2,000명대라는 점을 감안해 3차 대유행 당시 ‘병상 1%’보다 더 높은 '병상 1.5%'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민간 병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관련 논의가 시작됐지만, 아직 공식 요청단계는 아니다”라며 “전국적으로 중증환자가 몰리는 병원 상황에서 기존 병상에 더해 위중증 병상을 확보하라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대형 병원들도 병상을 내놔야겠지만, 정부가 필요할 때 1%, 1.5%씩 얻는 식으로 병상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체계적 확보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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