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인 DPP-4 억제제가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악화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와 정승호 상계백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단백질 침착이 확인된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경구용 혈당 강하제인 DPP-4 억제제를 복용했을 때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축적이 상대적으로 적고 인지 저하 기능이 늦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신경세포(뉴런)가 밀집돼 있는 대뇌피질에 독성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쌓이고, 신경세포 내 미세소관 성분인 타우(tau)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되거나(plaque) 엉키면서(tangle)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표적 항체인 아두카누맙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했지만 아직 효과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
아두카누맙은 치매 유발 물질로 알려진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항체 의약품이다.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서 뇌 속에 생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침전물을 제거해 기억 상실을 예방하는 메커니즘이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환자 28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 시 DPP-4 억제제 복용 여부를 기준으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축적 정도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영상으로 관찰했다.
또한 당뇨병을 동반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DPP-4 억제제 복용과 시간에 따른 인지 점수 저하 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DPP-4 억제제 복용군이 미복용군뿐만 아니라 당뇨병이 없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비교해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적게 축적됐다.
종단 분석에서도 DPP-4 억제제 복용군이 미복용 알츠하이머병 환자군보다 예후가 좋았다.
간이 정신 상태 평가에서는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병 동반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은 인지 점수가 매년 0.87씩 감소했다.
반면 DPP-4 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은 당뇨병 동반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에서는 인지 점수가 매년 1.65씩 감소했다. DPP-4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군이 인지 점수 감소가 매년 0.77 정도 천천히 진행된 것이다.
정승호 교수는 “이번 연구로 DPP-4 억제제가 당뇨병이 동반된 알츠하이머병에서 예방 및 신경 보호 효과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이필휴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이미 사용되고 있는 DPP-4 억제제가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면 새로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임상 신경학 분야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9월 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미국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는 이 연구 결과를 공식 홍보 사이트에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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