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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판의 날’ 바이러스

입력
2021.08.13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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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인도네시아에서 7월 인부들이 수도 자카르타 외곽에 코로나19 희생자 묘역을 조성하고 있다. 현지 누적 희생자는 7월 기준 7만 명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인도네시아에서 7월 인부들이 수도 자카르타 외곽에 코로나19 희생자 묘역을 조성하고 있다. 현지 누적 희생자는 7월 기준 7만 명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치명적 전염병은 종종 인류 역사의 변곡점이 되기도 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고대 그리스의 패권을 두고 벌어진 펠레폰네소스전쟁이 그랬다. 개전 이듬해인 BC 430년 아테네를 휩쓴 정체불명의 전염병은 결국 아테네의 패전과 몰락을 재촉했다. 14세기 중엽 유럽 인구 3분의 1에 가까운 희생자를 낸 흑사병도 장기적으로 봉건제를 무너뜨린 동력으로 평가된다. 소작농이 흑사병 창궐로 급감하자 영주들의 몰락이 시작됐고, 나아가 근대를 여는 체제 변화가 전개됐다는 얘기다.

▦ 1531년 스페인 정복자 피사로가 불과 180명의 병력으로 잉카제국을 무너뜨린 건 황제의 목줄을 움켜쥔 교활한 책략 덕분이었다. 하지만 정작 잉카문명을 파괴한 건 정복자들이 제국에 퍼뜨린 천연두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다. 근ㆍ현대 들어서도 역사를 흔든 전염병은 이어졌다. 결핵과 콜레라부터, 20세기 초 전 세계를 휩쓸며 1억 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낸 스페인독감과 ‘신의 저주’로 불린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악명의 목록은 끝이 없다.

▦ 전염병 병원체의 양대 축은 박테리아(세균)와 바이러스다. 박테리아성 전염병은 흑사병과 콜레라, 결핵 등이다. 주로 항생제를 투여하고 수액을 보충해 치료하며, 오늘날에는 치료와 예방이 가능한 상태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론 천연두와 에이즈, 통상적 인플루엔자나 변종들인 메르스, 사스 등이 열거된다. 항생제도 듣지 않으며, 전염 확산 과정에서 숙주세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변이가 발생해 퇴치가 어렵다.

▦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도 인류의 방어력과 경쟁이라도 하듯 왕성한 변이를 나타내고 있는 중이다. 이미 알파(α)부터 람다(λ)에 이르는 5종의 주요 변이가 출현했고, 당장은 델타(δ) 변이가 지배종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더 무서운 변이의 출현 가능성이다. 미국 뉴스위크는 델타 변이가 마치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강력해져 ‘심판의 날(Doomsday) 바이러스라고 할 만한 변이로 진화할 수 있다는 학계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인류 역사에 어떤 변곡점을 만들지 걱정스럽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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