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광복을 위해 평생을 바친 홍범도 장군(1868~1943)이 사망 78년 만에 고국의 품에 안겼다. 15일 제76주년 광복절에 맞춰 유해가 귀환해 더 뜻깊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맞이할 만큼 정부는 홍 장군을 각별하게 예우했다.
홍 장군 유해가 실린 특별수송기는 이날 오후 8시 40분쯤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연해주 이주 기준으로 100년, 그가 승리로 이끈 봉오동ㆍ청산리 전투를 기준점 삼으면 101년 만에 한국 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서울공항에 마중 나가 홍 장군을 가장 먼저 맞았다. '장군의 귀환'이라는 문구가 적힌 흰 마스크를 착용한 문 대통령은 홍 장군의 유해가 도착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정부는 땅에서뿐만 아니라 상공에서도 홍 장군을 극진히 모셨다. 특별수송기는 대한민국 방공식별구열(KADIZ) 진입 후 공군 전투기 6대로부터 엄호 비행을 받았다. 청와대는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는 6개 전투기종(F-15KㆍF-4EㆍF-35AㆍF-5FㆍKF-16DㆍFA-50)을 모두 투입했다”며 “최고 예우를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홍 장군 유해가 특별수송기에서 내려올 때는 스코틀랜드 민요를 기반으로 만든 ‘올드 랭 사인’이 울려 퍼졌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로 시작하는 이 노랫말에는 석별의 정이 듬뿍 담겨 독립운동가들은 자주 불렀다고 한다. 그의 유해는 봉환식 후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정부는 대전현충원 현충관에 유해 임시안치소를, 현충탑 앞에 추모 제단을 각각 마련해 16, 17일 국민추모제를 진행한다. 20일까지 국가보훈처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추모공간도 운영된다.
문 대통령은 홍 장군 유해 봉환에 각별히 공들여 왔다. 2019년 4월 한ㆍ카자흐스탄 정상회담 당시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홍 장군 유해 봉환 협조를 직접 요청했고, 올해 봉환이 성사되자 약 5,000㎞ 떨어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특별사절단을 파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봉환식에서 별도 연설을 하지 않았다. 다만 오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홍범도 장군은 역사적 봉오동ㆍ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대한 독립군 사령관이었으며 뒷날 카자흐스탄 고려인 동포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며 “유해 봉환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맺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또 “광복 직후인 1946년, 윤봉길ㆍ이봉창 의사를 시작으로 이날 홍 장군까지 애국지사 144분의 유해가 고향산천으로 돌아왔다”면서 “독립 영웅들을 조국으로 모시는 일을 마땅한 책무이자 영광으로 여기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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