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파키스탄, 휴전 촉구
국제사회 규탄·중재도 무산
각국 대사관 인력 탈출 행렬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 주요 도시를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을 강하게 규탄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수도 카불 진입을 대기하고 아프간 내무장관이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밝히면서 대세는 기울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알사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탈레반 정치국장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만나 휴전과 공격 철회를 요구했다. 카타르 도하엔 탈레반의 대외 창구인 정치사무소가 있고, 카타르는 정치사무소를 통해 지난해 9월 이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상을 중재해 왔다.
탈레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파키스탄도 정치적 타협을 주문했다. 모이드 유수프 파키스탄 국가안보보좌관은 “더 심한 폭력 사태를 피하려면 아프간 정부가 빨리 탈레반과 정치적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면서 “일단 협상테이블에 앉으면 어떤 종류든 타협안이 도출될 것이며 우리는 아프간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 인근까지 세력을 확장한 12일에도 미국과 중국, 파키스탄, 유엔, 유럽연합(EU) 대표단이 도하에서 아프간 정부 및 탈레반 주요 인사들과 마주 앉았으나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도 13일 동맹국 대사 긴급 회의를 소집해 아프간 상황을 논의했다.
아프간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으면서 인명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군사력을 통한 권력 장악은 내전 장기화와 아프간 완전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력 분쟁은 민간인 대학살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탈레반이 여성과 언론인을 목표 삼아 인권에 심각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며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이 힘겹게 얻은 권리가 박탈당하는 건 끔찍하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개탄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탈레반이 수도 카불 목전까지 진격해 오자 각국 정부는 아프간 탈출을 서두르고 있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면 공항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14일 아프간 철수 작전에 돌입했고, 영국도 일정을 앞당겨 로리 브리스토 주아프간 대사를 16일 오후까진 귀국시키기로 했다.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체코, 이란 등도 대사관 폐쇄와 직원 대피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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