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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 내리고, 병력 증파했지만...’ 아프간 굴욕에 美 바이든 비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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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 내리고, 병력 증파했지만...’ 아프간 굴욕에 美 바이든 비판 고조

입력
2021.08.16 17:00
수정
2021.08.17 00: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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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카불 장악에 美, 대사관 폐쇄 공항 철수
병력 1000명 추가...총 6000명이 작전 지원

아프가니스탄에 급파된 미군이 16일 수도 카불 공항에서 철조망을 친 채 아프간 시민의 접근을 막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 급파된 미군이 16일 수도 카불 공항에서 철조망을 친 채 아프간 시민의 접근을 막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15일(현지시간) 현지 미국대사관 성조기도 게양대에서 내려졌다. 미 국무부는 직원들이 대사관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동시에 아프간 내 미국인 철수 지원 병력을 다시 1,000명 증파해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나섰다.

미군 철군 최종 결정을 내린 조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안팎의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4개월 전만 해도 9·11 테러 20주년에 맞춰 철군하겠다는 그의 결정에 미국 여론은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4월 철군 결정 발표 후 아프간 정부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무너지면서 국내외 여론이 급격히 변하는 중이다.

美, 탈레반 전격전에 대사관 급히 철수

미 CNN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탈레반이 이날 카불에 진입하자 미국은 아프간 주재 대사관에서 직원과 관리들을 대피시켰다”며 “이날 성조기도 카불 주재 대사관에서 거뒀다”라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전만 해도 현지 미국인들을 72시간 내 대피시킬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대부분의 대사관 직원들은 카불 공항으로 이동했고 비행기를 이용해 다른 나라로 출국하기 시작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밤 “모든 대사관 인력이 현재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카불 공항)에 있다. 공항 주변은 미군에 의해 안전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무부ㆍ국방부 공동성명을 통해선 아프간 내 미국인은 물론 미국 특별이민비자 자격이 있는 아프간인 철수를 가속화하겠다고 확인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상황이 급박해지자 이날 1,000명의 병력을 아프간에 추가 배치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아프간에 당분간 주둔할 미군 병력은 총 6,000명으로 늘어났다. 아프간 정부가 카불 대통령궁을 탈레반에 넘겨주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지고 탈레반 병력이 카불 시내에 진입하자 군사 태세 강화 차원에서 병력을 늘린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화상으로 국가안보팀 및 고위 참모진과 만나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화상으로 국가안보팀 및 고위 참모진과 만나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AP 연합뉴스


‘카불 철수=사이공 함락’ 비교에 설전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아프간 상황 비난은 쏟아졌다.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이날 미 CBS방송에 출연, “미 대사관이 대피하는 것을 보니 매우 끔찍하다. 이것은 바이든의 (1975년 베트남전쟁 때 함락된) 사이공 순간이다”라고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책임지고 사임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여기는 사이공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CNN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군이 국가를 방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것(항복)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일어났다"고 당혹감을 인정했다.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ㆍ바이든 참사’는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며 그들을 평화의 파트너라고 주장한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했고 바이든이 아프간을 포기하면서 미국의 굴복으로 끝을 맺었다”라고 꼬집었다.

휴가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외교안보 참모와 화상회의를 했다. 이어 16일 백악관으로 복귀해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철군 후 아프간 상황에 낙관론을 가졌던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은 워싱턴의 소통 단절을 보여준다"(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이 전화통화까지 하며 지지를 확인했다고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하는 바람에 탈레반이 쉽게 카불을 장악했고 미국도 더 타격을 받게 됐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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