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기후변화에 대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는 정부의 2050 시나리오가 허술한 자료조사와 비현실적인 계획 등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시나리오 철폐는 물론,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 재구성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16일 환경운동연합과 기후정의포럼 등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탄중위의 2050 시나리오를 비판하며 △탄소중립 달성에 실패하는 시나리오를 즉각 철회하고 △부적절한 사례를 끌어다 만든 불충분한 시나리오로는 기후위기 극복이 불가능함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외 시나리오에도 '잔여배출량' 있다?
탄중위는 앞서 지난 5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3가지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이 중 1, 2안은 각각 석탄발전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거나 석탄발전 대신 천연가스(LNG)발전을 활용하는 계획을 담았다. 화석연료 발전을 전량 멈춰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 감축하는 3안을 제외하면 사실상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윤순진 탄중위원장은 "유럽연합(EU)이나 영국에서도 시나리오에 '잔여배출량'이 포함돼 있다"며 "완전한 제로(0) 시나리오만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윤 위원장이 인용한 자료는 영국에서 2년 전 만들어진 것이었다. 영국이 지난해 새롭게 제시한 3개 시나리오는 3개 모두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심지어 이는 2019년 6월, 2050 탄소중립을 법에 명시한 데 따른 것이기도 했다. 탄중위는 철 지난 자료만 보고 안이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CO²를 북한에 묻는다?
탄중위의 이상한 설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3안을 선택하지 않으면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CO²)를 모아 저장(CCS)해야 한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입수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세부 산출 근거자료(근거자료)'를 보면, CO² 저장소로 한·중·일 수역(4억 톤), 해외 저장소(2억 톤)에다 북한 저장소(4억 톤) 등으로 10억 톤을 명시해뒀다.
초안에서는 한·중·일 수역 등 해외 저장소 10억 톤 개발만 명시하고 북한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CCS 기술을 두고는 상용화도 어려운 기술인 데다 설사 기술이 개발된다 해도 어디다 묻을 것이냐가 문제가 된다. 그걸 한·중·일 수역에다, 심지어 북한에다 묻겠다고 해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외교적 긍정적 환경 등을 전제한다'는 조건을 붙여뒀지만 가능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서두르다 탈 났나...
2050년 한국의 미래를 그려낸다는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이처럼 엉성해진 것은 촉박한 시간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뒤 올해 초 11개 부처 추천 전문가들로 '기술작업반'을 구성, 시나리오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탄중위가 5월 말에나 출범하면서 본격적 시나리오 검토 작업은 두 달여밖에 시간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구멍이 숭숭 난 시나리오로 시민들과 각계 의견을 모은다는 점이다. 탄중위는 지난 7일 만든 탄소중립 시민회의 500여 명을 한 달간 교육시킨 뒤 내달 초 시민대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들 토론의 기초자료는 2050 시나리오인데, 시나리오 자체가 문제인데 토론이 무슨 의미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탄중위 관계자는 "시민회의의 토론은 주어진 1·2·3안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여러 의견을 참조해 시나리오를 수정·보완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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