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출신 방송인 비다 한국인에게 호소
"거꾸로 가는 나라... 여성 인권 가장 우려"
현지 아프간 국민들 "미국이 버렸다" 분노
'버려진 도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의해 장악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두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렇게 묘사했다. 필사의 탈출로 지옥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아프간 국민들은 공포에 떨며 집에서 숨죽이고 있다. 탈레반이 가장 억압하는 '교육받은 여성'들은 대학 졸업장부터 숨기는 지경이다.
탈레반은 카불에 입성하면서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다"고 회유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한국에서 방송인 겸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비다(25)씨 역시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을 절대 믿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거꾸로 가는 나라...여성들 집안에만 머물게 해"
아프간에서 태어난 비다씨는 부모님을 따라 어린 시절 러시아, 우크라이나로 이주했다가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미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프간에는 여전히 이모와 사촌 형제들이 남아 있는 상황. 미국에서 지내는 비다씨의 어머니가 남아 있는 가족들과 연락하며 현지의 소식을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비다씨는 "어머니가 (아프간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보고) 많이 슬퍼하시더라. 어머니의 가족, 친척들은 집에서 못 나가는 상태니까 더 슬퍼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의 전력 수급은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 현지 가족들과의 전화 연결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아프간 여성들의 안전과 인권이다.
비다씨는 "거꾸로 가는 나라 같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한 여자들도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가만히 있다. 아프간엔 희망이 없어지는 느낌이다"라고 절규했다. 탈레반이 '히잡'만 쓰면 여성의 사회활동을 보장한다는 회유책을 내놨지만, 비다씨는 절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시골에서 12살 여자아이를 탈레반과 결혼시키는 집단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여자를 도울 수 있느냐"며 "그렇게 말해놓고 여자들 아무것도 못하게 할 거고, 지금도 그렇다. 사촌 동생들이 원래는 나가서 일해야 하는데 지금 그것도 못한다. 돈을 벌 수 없으니 밥도 못 먹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장장 20년,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벌여놓고 쫓기듯 황급히 철수한 미국을 향해 아프간 국민들은 배신감이 큰 듯했다. 비다씨는 "어머니가 통화한 아프간 사람들은 미국한테 지금 너무 화가 나 있다고 하더라. 미군이 나간 다음에 이렇게 탈레반에 의해 장악됐기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지금 2021년인데 나라가 이렇게 된 걸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아프간 뉴스를 자주 보면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시면 너무 좋겠다"며 국제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