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성별영향평가' 작업 끝 개선 권고
회사에서 잘린 건 남자나 여자나 똑같은데 그 이유가 '출산' 때문이라면 여성은 고용보험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똑같은 한부모가족인데, 평생교육 수강료 감면은 남성은 안 되고 여성만 된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하지만 실제 정부 정책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다. '남성은, 혹은 여성은 이럴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 정책을 만들 때 고스란히 투영되는, 젠더 감수성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런 정부 정책이 전체 정책의 30% 수준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7일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2020년 성별영향평가 종합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각급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306개 기관의 법령과 사업 2만9,906건 가운데 8,528건(28.5%)이 성별영향평가 작업 끝에 '개선' 권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영향평가란 주요 정책이 시행될 때 남성, 혹은 여성 한쪽이 차별을 받지 않는지 여가부가 살펴보도록 한 제도다.
정책에서 남성이나 여성을 아예 배제
성별영향평가에서 지적받은 정책은 주로 남성이나 여성을 아예 배제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 위탁경영 및 임대차 제도를 보면, 땅 소유자가 여행이나 징집 등의 이유가 있을 경우 특정 기간에 직접 농지를 운영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성별영향평가에서 왜 농지 소유주는 남성임을 전제하느냐는 물음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 미만 등'의 이유가 추가됐다.
또 고용보험에 가입한 예술인은 비자발적 실직으로 일감을 잃었을 때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출산'의 경우는 없었다. 이에 따라 출산(유산, 사산 포함) 때도 출산전후급여가 지급되도록 바뀌었다. 강원 횡성군은 평생교육 프로그램 수강료 전액 감면 대상을 '한부모가족 여성'으로 규정했던 것을 '한부모가족 세대원'으로 고쳐 남성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개선 권고 건 중 고쳐진 건 절반도 안 돼
하지만 문제점도 지적된다. 성별영향평가에서 지적받은 8,528건 가운데 실제 고쳐진 것은 3,811건에 그쳤다. 법령이나 제도 개선에 일정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가령 고용부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에 대해 '성별분리통계를 제시하라'는 권고가 있었음에도, 통계를 기반으로 한 성별 고용충격 분석 등 실무적 작업이 따라야 하기에 당장 적용되지 않았다.
여가부 관계자는 "여러 사정상 성별영향평가가 당장 반영 안 되더라도 결국엔 어떤 형식으로든 녹아든다"며 "개선작업은 계속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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