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유가격연동제' 등 가격구조 개편 예고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당장 이달부터 원윳값이 1ℓ당 21원씩 오르게 됐다. 우유를 시작으로 각종 우유 관련 제품 가격이 연달아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우유제품발 물가 인상)'이 현실화할 분위기다.
하반기 우윳값 상승 불보듯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회의체인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생산자 단체의 참석 거부로 이날 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결정된 후 1년간 유예됐던 원유가격 인상이 이달 1일 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원유가격은 1ℓ당 926원에서 21원 오른 947원으로 산정된다.
우유업계는 가격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업계 1위 서울우유는 벌써 인상폭과 시기를 검토 중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오르면 우유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추석 즈음에 인상안이 발표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가격 인상 폭은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원윳값이 4원 오르자, 유업계는 연쇄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당시 서울우유는 1ℓ당 가격을 2,480원에서 2,570원으로 90원(3.6%) 올렸고,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가격(2,550원)은 그대로 두되, 용량을 1ℓ에서 900ml로 줄여 사실상 가격을 10% 인상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산술적으로는 가격 인상률이 2018년의 5배에 달해 현재 1ℓ당 2,600원인 가격을 2,900원으로 올려야 하지만, 소비자 반발을 고려해 2,800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밀크플레이션 현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유가 주재료인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뿐 아니라 제과, 빵, 커피 등 주요 식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단체는 ‘최악의 추석 밥상 물가’를 우려하고 있다. 이미 2분기 식품물가 상승률(7.3%)이 10년 만에 최고였는데, 하반기 식품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상 못 막은 정부 “가격 산정체계 손볼 것"
최근 낙농업계에 "가격 인상을 연말까지 유예하자"고 설득해 온 정부도 결국 우유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더 개최될 상황이 아니어서 결국 우윳값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장 단기 처방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정부는 원유가격 결정 구조를 손보는 등 구조적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의 원유가격 결정체계인 ‘원유가격연동제’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유가 남는데도 생산비만을 고려해 가격을 올리는 현재 체계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2010년 구제역으로 타격을 입은 낙농업계를 돕기 위해 2013년 도입됐다. 매년 5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이면, 협상을 통해 유업체가 사들이는 원유가격을 조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시장 수요가 고려되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유업계는 “흰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에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급식이 줄어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계약된 양만큼, 그것도 앞으로는 더 비싼 가격으로 사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낙농진흥회의 가격 의결 과정도 손볼 것으로 보인다.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낙농진흥회장과 정부 1인, 생산자단체 추천 7인, 유가공협회 추천 4인, 학계 전문가 1인, 소비자 대표 1인 등 15인의 이사로 구성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유가격 인상 부담은 소비자가 지는데, 가격 결정 과정에 소비자 대표는 1명뿐이라 일반 국민의 이야기가 과소대표 돼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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