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 10여 명, 민주노총 입주 건물로 출동
수색영장 등 요구하는 민주노총 측과 대치
'보여주기식' 지적에 "비협조 의사 확인한 것"
지난달 서울 도심에서 방역 지침을 위반하고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경찰이 18일 구속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경찰은 양 위원장과 민주노총의 비협조에 유감을 표명하고 추후 영장을 재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낮 12시 25분쯤 민주노총이 입주한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에 수사관 10여 명을 보내 구속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그 시간 민주노총 회의실에선 양 위원장 주재로 민주노총 출입기자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찰은 앞서 양 위원장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법원에 통신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경찰은 건물 앞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30여 분간 대치했다. 민주노총 측은 경찰이 △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건물 소유주와 입주인단의 허가를 받지 않은 만큼 건물에 진입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양 위원장 본인에게 영장 집행에 응할지 의향을 확인해달라는 경찰 요청에는 "협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경찰은 양 위원장이 나올 때까지 건물 앞에서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15분여 만에 철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에 "(구속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아 상당히 유감"이라면서 "양 위원장은 영장 집행에 응할 의무가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반드시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구속영장 발부 닷새 만에, 당사자 협조에만 의존해 영장 집행에 나선 것을 두고 '보여주기식'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 위원이 구속영장 발부 이후 줄곧 구인 절차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음에도, 경찰은 이날 별다른 대책 없이 현장에 갔다가 수색영장이나 건물주 허가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측 논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오늘 구속영장 집행에 대한 (양 위원장의) 의사를 확실히 확인한 만큼,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 집행의 수순이라는 의미다. 실제 경찰은 양 위원장이 구인을 거부할 것에 대비해 며칠 전 법원에 수색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진행된 간담회에서 "법 위반 사실을 모두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구속 수사하겠다는 상황이 부당하게 느껴진다"면서 "민주노총은 지금이라도 정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 도중 경찰이 구속영장을 집행하러 왔다는 소식을 듣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경찰에) 협조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양 위원장은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고, 법원은 서면심리를 거쳐 1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위원장은 오는 10월 20일 예고된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대화와 투쟁 모두 준비돼 있다"면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민주노총 및 조합원들과 대화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위원장이 인신 구속을 미룰 필요도 하반기에 총파업 투쟁을 강행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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