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윤석열 때려야 뜨는데... "의외"
"이준석, 편파적이다" 깊은 의심?
"모범생 아닌 투사로" 이미지 변신
'합리적 개혁 보수'를 자처해온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달라졌다.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니, 싸움을 거는 쪽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공개 저격하는가 하면, 제3자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등 '선'을 넘기도 한다.
존재감 부각을 위해 공세적 행보를 하는 것은 대선주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이례적인 건 원 전 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우군'을 자처한다는 점이다. '1등을 때려야 올라간다'는 선거 법칙과 배치된다. 원 전 지사는 무슨 생각일까.
이준석 대표와 윤 전 총장이 대선주자 정책토론회를 놓고 다툴 때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 쪽에 섰다. 이 대표가 꾸린 경선준비위의 편파성을 지적하면서 윤 전 총장과 한 목소리로 정책토론회에 반대했다. "당대표가 대권 경쟁의 심판을 하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10일) "이 대표의 오만과 독선을 좌시하지 않겠다"(15일)며 윤 전 총장을 결과적으로 엄호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토론도 못하느냐"고 윤 전 총장을 공격하는 것을 두고 "비겁한 행동"이라며 감싸기도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원 전 지사가 정책토론을 피할 이유는 없다.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을 제압하면 지지율이 치솟을 텐데, 의외의 선택이었다.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을 당장 따라잡는 것보다 이 대표의 공정성 시비를 바로잡는 게 급하다고 본 듯하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 등 특정 대선주자에게 기울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난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 유승민"이라는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이 공개된 12일 그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대표의 설명부터 들어야 한다. 의문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 전 지사의 거친 행보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모범생이미지를 깨고 '정권교체를 이룰 투사'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보수진영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윤석열·이준석 갈등'에 참전해 존재감을 키우는 전략이다. 원 전 지사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통했다. 최근 며칠 동안 그의 이름이 언급된 빈도가 윤 전 총장을 제쳤다. 원 전 지사 측은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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