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50일, 가계부채 잡히긴커녕 치솟아
보완책 줄줄이 나오고 있으나 효과 미지수
고승범 "2금융권 DSR 강화 등 더 센 규제" 예고
정부가 새 대출 규제를 시행한 지 50여 일이 지났지만, 가계부채는 잠잠해지긴커녕 오히려 치솟고 있다. 은행권 중심으로 설계된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규제 약발이 잘 듣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는 부랴부랴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하로 줄이는 등의 강력한 추가 규제책을 내놓고 있으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출 규제 강화 비웃듯… 7월 가계대출, 오히려 증가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전월 대비)은 지난 6월 10조3,000억 원에서 지난달 15조2,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지난달 강화된 대출 규제를 비웃듯 가계부채 규모가 커진 것이다.
가계대출은 대출 규제 사각지대에서 주로 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도입했으나, 이는 1금융권에만 해당된다. DSR를 60%로 적용하는 2금융권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실제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 6월 3조9,000억 원에서 지난달 5조6,000억 원으로 커졌다. 올해 상반기로 넓히면 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 말보다 21조7,000억 원 늘었다.
1금융권 내에서도 규제 사각지대가 생겼다. DSR 40% 적용 대상을 1억 원 초과 신용대출 등으로만 한정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은행권 기타대출은 전월(3조9,000억 원)의 2배 수준인 7조7,000억 원 늘었다.
부동산 규제지역 내 6억 원 초과 주택을 살 때 적용되는 주담대는 부동산 가격 폭등에 규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증가세다. DSR 40%를 시행한 은행권 주담대는 지난달 진정되는 대신 6조1,000억 원 늘면서 전월(5조1,000억 원) 규모를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율은 10%로 금융위가 올해 관리 목표로 제시한 5,6%를 크게 웃돌았다.
당국, 2금융권 규제 강화 등 보완책 시사… "근본 처방 아냐" 지적도
당황한 정부는 추가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연봉의 2배까지 빌릴 수 있었던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정부 압박에 은행권도 대출 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가계대출 억제에 나섰다.
실제 5대 시중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가산금리, 우대금리를 조정해 주담대 변동금리를 연 2.48~4.24%로 공고했다. 2.34~4.13%였던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이상 올렸다. 이는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금리 격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달 0.03% 상승한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 센 규제도 예고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전날 2금융권 DSR 규제가 느슨한지,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DSR 규제 추진 일정은 적정한지 등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금융위원장 취임 후 개인별 DSR 시행을 앞당기고, 2금융권에도 1금융권과 같은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힌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땜질식 규제 정책에 대한 회의론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출 수요가 늘 때마다 규제를 덧대는 방식으로는 사회에 팽배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등 과열된 자산 시장을 진정시키는 게 근본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시장에 투자만 하면 돈을 벌수 있다는 분위기가 가계 대출 급증의 배경"이라며 "근본적인 처방 없이 대출 규제만 강화하면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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