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없이도 가족 구성할 수 있게"...
보수 기독교계 "동성애 조장법" 반발
시대착오적인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하기 위한 노력을 18일 국민의힘이 막아섰다. 보수 기독교계 표심을 의식한 정치공학적 행보다. 국민의힘의 '반대'를 극복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민주당도 적극적이진 않다.
2004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은 '정상가족 신화'의 산물이다. 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정의해 '비혼 가족'을 배제한다. 동성 간 결혼이 금지된 만큼, 동성 연인끼리는 법의 보호를 받는 가족을 꾸릴 수 없다. '가족 구성원 모두는 가족 해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같은 구시대적 사고가 담긴 조항도 들어 있다.
이에 남인순,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케케묵은 요소를 걷어낸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민주당은 18일 오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소위를 열어 두 법안을 논의하려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전날부터 거칠게 항의했고, 소위는 개의 직전 취소됐다. 국민의힘은 "'우리 당 항의'로 취소됐다"고 과시했다.
국민의힘이 법안 논의를 '당당하게' 막은 것은 보수 기독교계에 대한 '구애'로 볼 수 있다. 보수 기독교계는 남 의원과 정 의원의 법안이 동성애를 조장하고 가족 개념을 파괴한다고 거세게 반발해왔다. 국민의힘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차별금지법'(또는 평등법) 제정에 뒷짐을 지고 있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태도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가족 구성의 법적 요건을 혼인·혈연·입양으로 한정하는 것은 이를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법 테두리 밖으로 내몬다. 가족의 정의를 확장하는 것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도입한 해법이다. 동성혼을 국가가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남 의원과 정 의원 개정안은 '건강한 가정'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차별과 배제를 조장한다는 판단에 따라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바꾸자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회 여가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뚜렷한 반대 논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힘이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민주당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공학적 논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안 처리엔 뜨거운 열의를 보이면서도 18일 여가위 법안소위는 큰 고민 없이 포기했다. 민주당이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7일 당 지도부는 물론 여가위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고 한다. 여가위 소속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 처리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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