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총 36일이나 폭염 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여름 내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그뿐 아니라, 연일 30도에 육박하는 열대야에 마스크까지, 몸이 느낀 체감 더위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시간은 어느덧 가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입추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 어느 순간 나뭇잎이 알록달록한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하면서, 눈앞에 '짠' 하고 가을이 나타나겠지요.
'과연 가을이 올까?' 의구심마저 들게 할 만큼 지독한 여름을 난 탓인지, 올가을만은 길가에 핀 코스모스나 단풍잎 대신 새로운 전령을 찾아나서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영종도 갯벌에 핀 '칠면초' 얘기를 들었을 때, '이거다' 싶었죠. 계절에 따라 일곱 번 색이 바뀐다는 칠면초는 갯벌 등 염분이 많은 땅에서 군락을 이루고 사는 한해살이 염생식물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이란, 유럽 등에 분포하는데 보통 7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9월에 절정을 이룬다고 합니다. 이맘때 선홍빛을 띠는 칠면초는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특별한 전령 역할도 합니다.
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도 갯벌을 찾았습니다. 드넓은 군락을 이룬 칠면초가 영종대교 양쪽 갯벌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사람의 눈높이로는 칠면초가 잘 보이지 않아 드론을 띄웠습니다.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워 '드론 비행금지 구역'이 많지만, 칠면초 군락지는 운 좋게도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지역에 속했습니다.
드론으로 내려다본 칠면초 군락은 이미 가을 분위기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자주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묘한 빛깔의 칠면초가 갯벌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마치 나무 뿌리 형태로 이어진 갯벌 물길을 따라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물의 얼굴이나 사람 옆모습 같기도 했고, 가을에 흔한 붉은 낙엽처럼 보이기도 했죠.
국내에서 칠면초를 볼 수 있는 곳은 비교적 많습니다. 영종대교 외에도 인천 소래포구, 석모도, 경기 안산, 화성 일대와 충청도, 전라도 해안가 갯벌에서도 칠면초 군락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유롭게 자라는 특성 탓에 인천 강화 석모도 군락지는 지난 2020년 '가을 비대면관광지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촬영한 지 일주일이 지났으니, 그 사이 더 붉게 변한 칠면초 군락이 지금쯤 절정을 이루고 있을 듯 합니다. 무더위와 코로나19로 지친 당신, 마스크를 쓰고 가을의 전령사를 만나러 드넓은 갯벌로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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