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동물학대 온라인 게시 처벌해달라는 고양이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저는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 사는 이름 없는 길고양이입니다. 고양이를 돌보는 케어테이커들도 있지만 올해 2월부터 이곳에 서울시 공식 길고양이 급식소가 생기면서 먹거리 걱정은 좀 덜었는데요. 2년 전 2019년 7월 이곳에선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식당 주인이 돌보던 고양이 '자두'가 잔혹하게 살해된 건데요. 학대자에게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되면서 고양이를 죽인 범행에 이례적으로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돼 당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두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지만 고양이를 향한 혐오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1월 길고양이, 너구리 등을 살해하고 학대 영상과 사진을 공유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고어전문방' 사건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는데요. 미성년자를 포함해 8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물판 n번방'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참여자들은 동물학대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채팅방에서 "처벌 안 받을 거 아니 짜릿하네요" 등의 대화를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해당 채팅방 참여자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7만 명이 뜻을 같이했습니다. 청와대도 국민청원 답변으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6월 이 채팅방 운영자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했습니다. 동물호보법 제8조 5항에 따르면 '동물학대 행위를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물을 판매?전시?전달?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운영자는 법정 최고형을 받은 것이죠.
운영자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이달 26일 첫 공판이 열리게 됐는데요. 동물권행동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단체들은 검찰 처분에 불복한 운영자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습니다. 두 단체에서 받은 탄원서만 지금까지 2만6,000장을 넘어섰는데요.
카라는 "개 전기도살 사건 유죄 판결과 경의선숲길 자두 사건 실형 선고가 있기까지 많은 시민의 참여와 관심이 있었다"라며 "처벌이 감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들의 탄원과 공판 참여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카카오 오픈채팅과 별도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고양이를 학대, 고문한 사실을 인증하는 영상과 글이 다수 게시돼 경찰이 지난달 29일 수사에 착수했는데요. 사건 수사를 촉구하고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약 25만 명의 시민이 참여해 답변 요건을 채웠습니다.
동물 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는 데다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카라 활동가 최민경씨는 "익명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유사한 학대 행위가 보란 듯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이번 고어전문방 운영자에 대해 엄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동물 학대를 막는 게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도 이에 강력히 동의하는 바입니다. 고어 전문방 운영자를 포함 동물학대 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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