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드라마 '플랙' 시즌1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 평판을 관리한다. TV에서나 보던 사람들을 만나 여러 스캔들에 대해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사건 현장을 찾아 유명 인사의 너저분한 사생활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고 증인의 입을 막는 일도 예사. 해결사가 따로 없다. 때론 자신을 알리고 싶거나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고객이기도 하다. 영국 런던에서 PR 회사 직원 로빈(안나 파킨)이 하는 일은 특별하면서도 고단하다. 왓챠 드라마 ‘플랙’은 로빈과 주변 인물을 통해 일과 피로에 찌든 현대인의 모습을 돌아본다.
①유명인의 이중생활, 그들이 없다면...
로빈의 일상은 사건사고의 연속이다. 고객들이 일을 벌이면 로빈과 절친한 그의 동료 이브(리디아 윌슨)는 수습에 나선다. 그의 업무를 살피면 대략 이렇다. 누구나 다 알아보는 스타 요리사는 바람둥이다. 중독이라 할 만큼 혼외정사에 집착한다. 그와 잠자리를 같이한 한 여인이 언론에 둘의 관계를 폭로하려 한다. 요리사는 아내를 사랑하고 이혼하고 싶지 않다. 로빈에게 ‘구조’를 요청한다. 로빈은 아내가 암에 걸린 것으로 위장해 폭로 기사를 덮으려 한다.
고객 중엔 조작을 통해서라도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좋든 나쁘든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 덩달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부모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반짝 떴다가 가라앉은 10대 딸을 띄우기 위해 로빈 회사에 조언을 구한다. 로빈과 동료들이 낸 아이디어는 섹스 스캔들이다. 성관계 촬영물이 유출된 것처럼 꾸며 화제 몰이를 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심산이다. 심지어 프로축구 리그 첫 동성애자라는 타이틀을 위해 이성애자를 게이로 급조하기도 한다. 로빈과 동료들은 효과만 있다면, 돈이 된다면 못 할 게 없다.
③여론 조작에 늘어나는 스트레스
업무 강도가 높으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로빈과 이브는 술과 마약에 절어 산다. 로빈은 집안일로도 정신적 압박이 심하다. 어머니는 1년 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다. 동생 루스와 로빈은 슬픔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했다. 루스는 결혼해 아이 둘을 기르고 있는데, 육아와 가사 스트레스가 크다. 언니에게 많이 의존한다.
로빈은 남편과 다름없는 동거남 샘이 있으나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샘에게는 아이를 낳자고 약속하고선 몰래 피임약을 먹는다. 이유는 불분명하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모,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 위선적인 유명 인사들을 보며 느낀 인생에 대한 환멸, 과도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리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로빈은 “본능적인 행동”을 이유로 내세운다.
로빈이 고객을 위해 ‘나쁜 짓’만 하는 건 아니다. 때론 인간애를 발휘한다. 성관계를 해본 적도 없으면서 성관계 영상물을 찍어야 하는 소녀를 대신할 대역을 찾아내는 식이다. 고객을 신처럼 받드는 것 같지만 고객에게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다. 중죄를 저지르고 법망을 빠져 나가게 된 유명 인사를 몰래 단죄하기도 한다.
③물질적 풍요에 젖은 현대인의 자화상
로빈과 동료들의 삶은 겉보기에 화려하다. 파티가 이어지고, 마약을 쉽게 즐길 수 있으며 유명인과 잠자리를 하기도 한다. 업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갖는 술자리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술을 즐기기도 한다. 수입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지만 제법 쏠쏠해 보인다. 하지만 로빈과 동료들의 삶은 피폐하다. 돈과 권세를 지닌 사람들의 잘못을 가려주기 위해 지저분한 일들을 처리해야 하니 어쩌면 당연하다.
로빈과 동료, 로빈 가족들의 힘겨운 삶은 현대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으나 정신적으로 빈곤해져 삶의 갈피를 못 잡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지금, 이곳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자극적인 내용이 많이 나온다. 마약 흡입은 예사로 등장하고, 로빈 등이 원활한 업무를 위해 조작을 예사롭지 않게 해대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블랙 유머의 재미를 거부할 수 없다. 로빈이 고객을 위기로부터 구출하는 과정은 씁쓸하면서도 유명인의 이중생활을 훔쳐보는 재미가 있다. 매운 대사의 맛 역시 이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 강도 높은 독설이 수다스럽게 이어지곤 한다. 자막을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좋고 싫음이 확연히 엇갈릴 드라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3%, 시청자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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