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복숭아는 유독 달고 맛있다. 백도든, 황도든, '딱복(딱딱한 복숭아)'이든, '물복(물렁물렁한 복숭아)'이든 당도가 높다. 폭염 때문이다. 복숭아가 맛있으려면 일조량이 풍부하고 비가 적게 와야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디저트계를 평정한 과일은 다름 아닌 복숭아다. 복숭아 빙수, 복숭아 타르트, 복숭아 주스에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복숭아 속을 그릭요구르트로 채운 '그릭요구르트 복숭아' 만들어 먹기가 인기다. 지난해 여름 복숭아 맛에 실망했던 사람이라면, 올여름이 가기 전에 새콤달콤한 복숭아 디저트를 맛보는 건 어떨까.
직장인 김민정(42)씨는 요즘 아침 식사 대용으로 복숭아 디저트를 종종 만들어 먹는다. SNS에서 알게 된 레시피라는데 간단하다. 복숭아 윗 부분을 평평하게 잘라 내고 숟가락으로 씨를 파낸다. 그 자리에 그릭요구르트를 채우고 뒤집어서 껍질을 깐다. 시리얼, 견과류 등을 깐 접시 위에 복숭아를 올려 반으로 자른 뒤 기호에 따라 꿀이나 메이플 시럽을 뿌리면 완성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브런치 가게 '스피티코'가 원조인 '그릭 모모(もも·복숭아)'다. 그는 "따라하기 쉽고, 모양까지 예쁘다"며 "건강한 다이어트용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복숭아는 각종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한 반면 칼로리가 낮은 대표적인 다이어트 식품이다. 달콤하지만 건강한 디저트를 찾는 사람들의 심리를 만족시키는 재료인 셈이다. 특히 그릭요구르트 복숭아는 얼마 전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박나래와 화사가 직접 만들어 먹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유행에 불이 붙었다. SNS에서 레시피를 검색하면 물복으로 해야 씨가 잘 파진다는 팁이나 복숭아 안에 그릭요구르트 대신 치즈를 넣는 식의 응용법을 쉽게 볼 수 있다.
외식 업체도 봄에는 '딸기 디저트' 여름에는 '복숭아 디저트'가 공식화하는 추세다. 특징은 그릭요구르트 복숭아처럼 복숭아를 '통'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분홍 빛깔의 동그란 복숭아 과육은 소비자들에게 맛만큼이나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반얀트리 서울과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베이커리 가게 '몽상클레르'의 '타르트 펫슈'도 복숭아를 통째로 사용한다. 타르트 펫슈는 2주간 숙성해 당도를 끌어올린 황도 복숭아 안을 프로마주 크림으로 채운 디저트다.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하루 70개만 생산하는데, 진열대에 올라오는 대로 빠르게 매진된다. 지난 18일 몽상클레르 매장을 찾은 20대 대학생 문지연씨는 "통 복숭아가 탐스럽고 귀여워 사진 찍기 좋아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사러 왔다"고 말했다.
여름의 대표 디저트인 빙수에 복숭아를 통째로 올린 복숭아 빙수, '복빙'도 인기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랑스 식당 '메종 드 라 카테고리'는 복숭아 빙수만 먹으러 온 손님들도 많다. 이 식당 빙수에는 얼음 위에 바닐라 크림과 산딸기 크림으로 채워진 복숭아가 통째로 올라온다. 조진경 메종 드 라 카테고리 디저트 셰프는 "프랑스 디저트 '피치 멜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며 "복숭아를 살짝 데쳐서 껍질을 벗긴 후 비타민 시럽에 담그면 갈변하지 않아 예쁜 색과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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