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회에서 하는 일"... 與 입법 독주 방관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시도가 폭주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 언론계·학계·시민단체 등의 '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과 우려에도 '25일 본회의 처리' 목표를 향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논란에도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말을 아끼면서 '암묵적 동의' 대열에 올라탔다. 청와대마저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는 말로 거대여당의 입법 독주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언론중재법 강행에 與 주자들 SNS·논평 '조용'
대선주자들은 통상 사회적 관심이나 논란이 큰 사안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국정을 운영할 예비주자로서 사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더 나은 대안 마련을 위해 다른 주자들과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안건조정위원회' 절차마저 무력화하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를 통과한 19일, 다수의 여당 주자들은 침묵했다. 20일에도 주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잠잠했고, 이낙연 전 대표를 제외한 다수의 대선캠프는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이날 오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책임과 뉴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대선용 언론재갈법'이라는 지적에는 "허위주장"이라며 "이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바로 가짜뉴스"라고 했다. 그러나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배정한 '꼼수'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현직 기자라면 환영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작 민주당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는 듯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가짜뉴스의 99.9%가 유튜브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왜 그쪽은 규제하지 않고 기존 언론에 대한 규제법만 이렇게 대폭 강화하느냐"는 질문에 "유튜브가 제외된 것으로 돼 있느냐. 그런 것들이 포괄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좀 더 확인해 보겠다"고만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일 충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규정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5배로는 약하다. 고의적 악의적 가짜뉴스를 내면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작 민주당의 속도전이 본격화한 이후에는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다.
"강성 지지층 눈 밖에 날라" 몸 사려
여당 주자들의 이러한 반응은 언론중재법 개정에 찬성해야 경선 레이스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당내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강성 지지층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논두렁 시계' 보도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조국 사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과열 보도로 촉발했다는 피해의식도 강하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려를 표하거나 민주당의 법안 처리 절차를 문제 삼는 것은 이들의 눈 밖에 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의 방관도 민주당 입법 독주의 배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논의하고 의결하는 사안"이라고만 했다. 또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한 것은 민주당의 '언론개혁' 명분도 동일하다.
권력 감시 취약 우려... 박용진만 '나 홀로' 언급
여당 주자 박용진 의원만 유일하게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19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대변인 시절 친한 기자들에게 기사와 관련한 전화를 하는 것만으로 그들이 부담을 느꼈던 일화를 소개하고 "법정으로 가자고 하면 제대로 된 감시, 견제, 비판 기능이 작동되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보수 매체의 행위가 못마땅해 이 법안에 찬성하는 이들은 뒤집어 생각해야 한다"며 "이 법으로 진보매체도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개혁의 부메랑 효과가 제일 우려스럽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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