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코올 맥주' 수요 늘고… 소주 도수 낮아져
'과음 문화' 줄고 '홈술족' 증가… 순한 술 소비
MZ세대, '토닉워터+소주' 섞은 '소토닉' 유행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저도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의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특히 코로나19로 늘어난 홈술족 사이에선 낮은 도수의 소주와 '무알코올-논알코올'의 맥주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주류업계도 코로나19 여파로 줄어든 업소 매출을 가정용 시장에서 회복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모습이다.
'무알콜 맥주' 훨훨 날고… 소주, 16.5도로 도수 조정
20일 업계에 따르면 1~7월 무알코올 맥주 매출에서 이마트는 1.7%, 롯데마트는 81.3%씩 늘었다. 홈플러스의 경우 7월 한 달간 제품별로 '하이트제로0.00'가 45%, '카스 0.0'가 48%, 클라우드 클리어제로가 18% 매출이 증가했다. 무알코올 맥주는 일반 주류와 달리 성인 인증만 거치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오비맥주의 카스 0.0은 지난해 11월 말 전자상거래(e커머스) 쿠팡에 입점한 후 8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200만 캔을 돌파하기도 했다.
소주 도수는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9일 '참이슬 후레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 3월 소주 '진로'의 도수를 낮춘 데 이어 주력제품인 참이슬까지 도수 조정에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의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내렸다. 하반기 국내 소주 시장은 이미 '순한 소주' 경쟁으로 접어든 양상이다.
저도주로 '홈술족' 입맛 잡아라
주류업계의 이런 저도수 전략은 달라진 국내 음주 문화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늘어난 홈술족 덕분에 과음 분위기는 줄어든 대신, 저도주로 가볍게 음주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증가하고 있다. 롯데멤버스가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지난달 5일부터 11일까지 성인남녀 2,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6%가 코로나19 확산 후 주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류업계는 통상 업소 매출이 전체 매출의 60%대를 이뤘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업소 매출 비중이 50% 이하로 줄었다.
저도수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들 사이에선 토닉워터를 소주에 섞어 마시는 칵테일 '소토닉'도 유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에 토닉워터를 섞으면 도수가 떨어지면서 더 부드럽게 술을 즐길 수 있다"며 "레몬, 라임을 곁들이는 식으로 다른 재료를 섞는 재미도 있어 토닉워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저도수 확대는 코로나19로 악화된 수익성 회복을 위해 원가 절감에 나선 주류업계의 속사정에 부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 값도 0.6원가량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주를 0.4도 낮추면 한 병당 주정 값 2.4원가량이 절감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진한 술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참이슬 오리지널 제품은 2006년부터 20.1도로 도수를 유지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소비자 성향이나 트렌드가 빨리 변해 도수를 조정하는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면서도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도수 20도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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